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버스운전자의 주 52시간제가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촉발된 전국 13개 시·도 버스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지난 5월 15일, 시한을 하루 남기고 노·사·정간 극적 합의를 통해 사상 초유의 버스대란은 잠시나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갈등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버스운전자들은 근로기준법에 특례조항을 둬 주간 52시간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저임금으로 초과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 일종의 차별을 받아 왔다. 운전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법정 근로시간 이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낮은 버스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고 사업자들도 이익을 봤다. 버스운송업계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며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정책이다.

버스준공영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대도시는 주52시간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었으나 시간과 수당 등의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감소가 중요한 갈등사항이었다. 이것은 주52시간제가 아니라 노사간의 근로조건 협상으로 해결할 일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고 버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이다.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버스업체 운전자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더 이상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해 총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와 충남·세종 자동차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들은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감소를 이유로 월 47만 원의 임금 인상, 정년 2년 연장, 근로일수 1일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상황은 서울시 등 대도시가 도입하고 있는 운행거리 대비 적자보전방식의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해결가능하다. 버스업체는 버스에 몇 명이 타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지정된 노선만 운행하면 원가보상과 적정수입을 보장받게 된다. 손님이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운영체제기 때문이다.

버스준공영제는 버스노선에 대한 민간버스회사의 사유재산권 유지, 지속적인 재정지원의 증가, 수요감소에 따른 버스대수 감차의 곤란, 친인척 고용으로 비용증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민간버스업체가 버스노선의 법적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협상에 있어 버스조합의 요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또 전문성에 있어서도 주로 순환보직을 하는 공무원은 버스업체의 담당자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시장을 대신해 효율성을 간접적으로 창출하는 표준운송원가제도와 서비스 및 경영평가 제도 등의 시행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재정이 풍부하지 않은 지자체는 준공영제의 도입 결정을 신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대도시도 재정부담의 증가로 인해 준공영제의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세금투입에 대한 책무성 확보를 못하고 공공부담만을 증가시키는 비효율적인 버스운영정책으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버스준공영제의 문제는 노선 사유재산 정책 탓으로 이제는 노선 공공재산 정책으로 정책 틀을 바꿔야 한다. 수익노선은 민간버스업체가 계속 운영하도록 하는 동시에 교통공기업의 설립을 통해 신규노선이나 업체로부터 반납 받은 비수익노선부터 시작, 공공이 버스노선의 소유권을 점차 확보해 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노선의 공공소유는 버스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트램 건설과 자가용 증가 등에 의한 교통수요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교통복지 실현을 위해 지자체의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요금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를 시민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방식은 옳지 않다. 버스운영체제를 바꿔 버스업체, 버스노동자, 정부, 지자체, 시민 등 각 주체들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 버스노선에 대한 경쟁적 입찰제 시행과 교통공사의 설립을 통한 관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버스 정책의 방향이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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