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장소마케팅 주체인 지방정부는 축제, 전시, 박람회, 관광지개발, 문화예술지구, 스포츠, 문화재 및 장소보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외부인과 관계(Relationship)를 맺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더욱 결속감과 소속감을 만들어 주고 외부인들에게는 믿음과 신뢰의 연계성을 심어줄 수 있는 기능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소마케팅이 일반 제품마케팅과 제일 구별되고 어려운 부분은 구매자들을 설득하거나 매혹해 직접 이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반면 일반 기업마케팅은 신제품을 만들고 매체홍보를 통해 네이밍을 알리고 택배 등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 즉 소비자의 집 앞까지 제품을 이동시킨다(물론 소비자에게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은 수반되지만 결국 대부분의 제품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장소소비를 하려는 사람을 직접 이동시켜야 하는 장소마케팅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장소소비자가 하나의 관광지를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생각의 절차가 있다. 즉 고려요인이 많다. 시간과 비용, 가족들의 의견들이 반영된다. 그만큼 결정적인 매력요인이 있어야 하나의 장소가 선택된다. 사람들이 어떤 도시를 선택하고, 그 장소에 가야만 하는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장소성(Place Identity)이 바로 도시의 경쟁력이자 동기부여의 매력성이 된다. 허나 현실은 도시 간 차별성과 장소성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마치 도시를 벽돌 찍듯이 찍어내고 획일화 돼 가고 있다.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미용실, 똑같은 시장, 똑같은 먹거리를 먹고 있는 도시민들. 마치 일반제품들처럼 프랜차이즈화된 매력 없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각 도시마다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아이콘들이 있다. 영도다리, 남대문, 명동거리, 자갈치시장 등 하드웨어적 랜드마크도 있을 수 있고 축제, 공연, 비엔날레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도 있다. 그 도시를 도시답도록 만들어주는 것들을 잘 지키고 개발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선도하는 도시개발보다 도시자체가 이미 갖고 있는 문화재나 전통적 거리와 장소에 대한 창조적 재해석을 통해 도시의 매력요인을 발산할 필요성이 있다.
신규 축제개발이나 관광지개발의 성공요인은 이미 그 장소에 내재하고 있다.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구분해 도시의 장소성을 지켜내고 상품화해야 한다. 관광 및 도시마케팅의 가장 위험한 방향은 장소의 혼(魂)을 상실한 프랜차이즈화된 박제도시다. 오늘 우리는 어떤 도시공간에 던져져 있을까?
최상규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겸임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