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규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겸임교수
최상규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겸임교수
지방자치는 지역의 내외부인들에게 끊임없이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해야 하는 숙명을 동반한다. 다음백과사전에는 장소마케팅을 `지역의 주민과 기업인, 행정 기관 등이 기업과 관광객 등에게 특정 장소를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방식의 전략. 특정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PB(Place Branding) 개발 및 활용 전략`이라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소마케팅 주체인 지방정부는 축제, 전시, 박람회, 관광지개발, 문화예술지구, 스포츠, 문화재 및 장소보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외부인과 관계(Relationship)를 맺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더욱 결속감과 소속감을 만들어 주고 외부인들에게는 믿음과 신뢰의 연계성을 심어줄 수 있는 기능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소마케팅이 일반 제품마케팅과 제일 구별되고 어려운 부분은 구매자들을 설득하거나 매혹해 직접 이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반면 일반 기업마케팅은 신제품을 만들고 매체홍보를 통해 네이밍을 알리고 택배 등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 즉 소비자의 집 앞까지 제품을 이동시킨다(물론 소비자에게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은 수반되지만 결국 대부분의 제품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장소소비를 하려는 사람을 직접 이동시켜야 하는 장소마케팅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장소소비자가 하나의 관광지를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생각의 절차가 있다. 즉 고려요인이 많다. 시간과 비용, 가족들의 의견들이 반영된다. 그만큼 결정적인 매력요인이 있어야 하나의 장소가 선택된다. 사람들이 어떤 도시를 선택하고, 그 장소에 가야만 하는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장소성(Place Identity)이 바로 도시의 경쟁력이자 동기부여의 매력성이 된다. 허나 현실은 도시 간 차별성과 장소성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마치 도시를 벽돌 찍듯이 찍어내고 획일화 돼 가고 있다.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미용실, 똑같은 시장, 똑같은 먹거리를 먹고 있는 도시민들. 마치 일반제품들처럼 프랜차이즈화된 매력 없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각 도시마다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아이콘들이 있다. 영도다리, 남대문, 명동거리, 자갈치시장 등 하드웨어적 랜드마크도 있을 수 있고 축제, 공연, 비엔날레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도 있다. 그 도시를 도시답도록 만들어주는 것들을 잘 지키고 개발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선도하는 도시개발보다 도시자체가 이미 갖고 있는 문화재나 전통적 거리와 장소에 대한 창조적 재해석을 통해 도시의 매력요인을 발산할 필요성이 있다.

신규 축제개발이나 관광지개발의 성공요인은 이미 그 장소에 내재하고 있다.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구분해 도시의 장소성을 지켜내고 상품화해야 한다. 관광 및 도시마케팅의 가장 위험한 방향은 장소의 혼(魂)을 상실한 프랜차이즈화된 박제도시다. 오늘 우리는 어떤 도시공간에 던져져 있을까?

최상규 배재대학교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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