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즐거운 기념일이 어느 달보다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그런 날들이다. 공식적인 것은 않으나 젊은이들 사이에 매월 14일마다 기념일의 의미를 붙여 생긴 로즈데이도 있다. 이 로즈데이는 연인들 사이에 장미를 선물하는 날이라고 하니 가슴 뛰게 즐거운 날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어린이날을 기념하기는 하나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은 보다 깊은 뜻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애나 계집애 등으로만 불리던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고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하였다. 이 후 소파 방정환 선생님 등에 의하여 1922년 5월 1일이 제 1회 어린이날로 제정되었고, 해방 후 1961년 제정된 `아동보호법`에 의하여 5월 5일이 어린이날로 정해졌다. 이렇게 우리의 어린이날에는 아동인권과 민족정신이 담겨있다.

5월 8일의 어버이날은 어머니날이 원조다. 한국전쟁 이후 아이들의 양육은 물론 생업에서도 책임이 무거운 어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국가에 의해 1956년 어머니날이 제정되었다. 그러자 아버지날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이 농담처럼 오가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다시 제정되었다. 어르신들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을 널리 펼치기 위해 변경 제정되었다고는 하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숭고함을 기리는 마음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공연히 남성들이 여성에게 고집을 피운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5월 15일은 스승의날이다. 이 날은 염홍철 전대전시장님이 학생시절에 제안하여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충남 강경여고에서 하루 스승을 위로하는 행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염 전시장님이 1963년 청소년적십자(RCY) 충남학생협의회회장으로서 스승에 대한 존경과 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하자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제안하여 1965년부터는 전국적인 기념일이 되었다. 이렇게 역사와 의미가 깊은 스승의날은 과거와 같지 못하다. 소위 김영란법 때문에 작은 카네이션 선물도 문제가 되다보니 스승의날을 아예 휴일로 대치하는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고, 학부모 등의 각종 지나친 민원과 간섭으로 선생님들의 인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에 기념되는 성년의날도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일깨워주고 성년이 됨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바라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기념일이다. 이 성년의날은 어쩌면 가장 오래된 기념일일 것이다. 성인식에 대한 기록은 삼한시대부터 있어왔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이기에 중요한 기념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5월 21로 제정된 부부의 날은 경남 창원의 권재도 목사가 제정운동을 하여 2001년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결혼적령기 인구 중 결혼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가고, 결혼을 해도 백년해로 하는 부부가 줄어드는 요즈음 행복한 부부생활은 주위에서도 축복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즐거운 기념일이 많은 5월에는 즐겁지는 않아도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들도 많다. 5월 1일 근로자의날, 5월 16일 군사정변,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등이 그런 날들이다.

근로자의날은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저항하여 노동자들이 8시간 근무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면서 처음으로 시위를 한 날을 기념하여 세계적으로 기념되는 날이다. 5월 16일 군사정변은 절대빈곤을 타파하고 빠른 경제발전으로 오늘날의 경제적인 성공의 기틀을 마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의 시기였기도 하다.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은 아직도 정확한 역사적 진상규명이 다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슬픈 기념일이다. 조속히 진상규명이 마무리 되어 국민통합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5월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주에 이렇게 다시 5월을 되새겨 본다.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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