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맞은 시기에 일을 도모하는 것을 적기·적시라 한다.

"아이고 팔, 다리, 허리야. 아범이 이번 주말엔 오려나?"

농촌 들녘에서 애절하게 들여오는 이 소리가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로 농가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한 노부부의 대화와 바람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농촌의 고령화와 이농현상으로 일손 부족 농가가 대부분이라 적기 영농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영농기에 들녘에 나가 보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지경이다.

정당한 품삯을 준다고 해도 인력 구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이다. 오죽하면 인건비를 선불로 주고 인부를 예약까지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일부 품목에 국한될 뿐 일반 들녘의 인력난 해소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기업의 봉사활동 소식은 매년 연말이면 빠지지 않고 언론에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김장담그기, 연탄배달, 농촌일손돕기 등이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나와 김장을 담그는 사진이나 쪽방길에 길게 늘어서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 `사랑의 ○○○봉사활동`이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쏟아져 나온다.

모든 기업의 활동내용도 같고 사진도 판박이다. 마치 쓰지 못한 연차휴가를 몰아서 쓰듯 연말만 되면 이런 봉사활동 쏠림현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농촌의 영농기인 6-9월에는 농촌 일손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봉사활동이 연말에만 쏠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적기적시에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농촌일손 돕기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농부들은 입을 모은다.

연말에 몰아서 하는 기업의 봉사활동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고 기업이 원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쌓지도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만찮은 비용에다 수고로움까지 더했지만 빛나지 않는 틀에 박힌 연말 사회봉사활동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지금도 뙤약볕 아래서 허리를 두드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 모두가 전사적으로 농촌일손 돕기를 위해 농촌 들녘으로 나가는 유월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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