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인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이들의 보행을 위협하고 있다. 점자가 닳아서 없어지거나 파손된 블록이 수두룩하고 유도 방향이 잘못 설치돼 있는 엉터리 점자블록이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만 믿고 길을 걷다 장애물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로 진입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있다고 하니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오래전부터 잘못된 점자블록의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아 행정당국이 이들의 보행권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으로 불리는 점자블록은 횡단보도와 계단, 출입구같이 시각장애인이 위험할 수 있는 지점에 대기, 경고의 의미로 설치되는 점형블록과 이들을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선형블록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대전시청과 서구청 인근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 중에 시각장애인을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로 유도하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는 바람에 이들을 위협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볼라드로 유도하게 선형블록이 설치돼 있고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기거나 블록 근처에 빗물 배수구가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시작장애인들이 길거리에 나서는 걸 꺼릴 만도 하겠다.

여기에 36개 점이 박혀있는 점형블록이 노후돼 점자가 떨어져 나가고 차량 진입방지 구조물을 블록 위에 설치한 경우도 다반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당국은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된 곳만 잘못된 점자블록을 개선하는 정도라니 장애인 정책에 손 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시설을 관리할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사정도 이해는 가나 불편이 없어서 등한시 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는 점자블록은 일반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길 안내를 돕는 중요한 블록이다. 교체할 건 교체하고 새로 깔 곳은 깔아서 시각장애인들이 맘 놓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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