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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말하라]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

2019-05-23기사 편집 2019-05-23 08: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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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쇼 참가자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상고사>를 쓴 단재 신채호가 했던 절규다. 실상은 역사 교과서 수준에서 멈추어 있다. 저자와 책 이름만 알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는 식민 사관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고 역사를 연구한 결과는 반영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은 독서라는 타임머신을 타는 일이다. 과거의 눈으로 보아 명백한 잘못을 지금도 비판하지 않거나,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폐해를 바로잡지 않는 것은 착오다. 로마 교황이 십자군 원정의 잘못을 시인하듯 역사를 비판하고 반성해야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끄러운 역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역사연구는 아직도 선악 이원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삼국사기는 정사이고 삼국유사는 야사라고 한다. 대학교수가 연구하고 역사 교과서가 가르쳐야 정사이고, 재야사학자의 연구 발표는 인정받기 쉽지 않다. 삼국통일의 이룬 신라의 김유신은 훌륭하고 패한 계백장군과 연개소문은 덜 훌륭한가? 의열단장 김원봉은 통일 후에도 현재의 잣대로 보아야 할까? 시간이 승자다. 평가는 시간의 역사에서 바뀐다. 언젠가 보듬어야 할 역사다. 아직 우리의 역사 인식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에 굳어져 있다. 다양성은 부족하며 역사 흐름에 수수방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심을 가지면, 우리 역사를 살찌운 역사연구자들의 노력을 독서로도 배울 수 있다. 18세기 유득공은 혼자서 공부하며 청나라 심양에서 찾은 자료를 통해 <발해고>를 남겨주었다. 우리들은 <발해고>가 있었기에 자발적 사대주의를 시작한 통일신라 이외에도 만주에 우리 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배웠다. 1930년대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를 통해 지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역사적 죄를 짓는 것이라 주장했다.

1960년대 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한국사를 고조선과 고구려를 본류로 하는 민족사관에서 조선역사를 썼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한민족의 활동 무대가 대동강 남쪽으로 쪼그라지게 했고, 이성계의 조선 건국은 만주 회복을 포기한 사건으로 본다. 1990년대 김성호는 <중국진출 백제인의 해상활동 천 오백년>으로 서해안이 중심이었던 동아시아 해양사를 밝혔다. 2000년 이태진의 <고종시대의 재조명>과 2017년 황태연의 <갑진왜란과 국민 전쟁>은 20세기 초 역사를 바로잡는 책이다. 대한제국이 흐리멍덩한 고종황제 탓에 망했다는 인식은 왜곡된 것임을 밝히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굴했다. 최재석의 <역경의 행운> 덕분에 고대 한일관계사의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중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역사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이가 있다. 1960년대 이후에 연구된 이와 같은 사실은 아직 학교 교과서가 다루지 못한다. 역사에 관심을 둔 독서가들이 안타까워하는 일이다.

독서로 역사 지식을 조각조각 모아보니 부족한 게 많다. 그만큼 바라는 바도 적지 않다. 역사학 전공자들은 식민사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더 힘쓰고, 재야사학자들의 노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역사연구 결과를 지체 없이 교과서에 반영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큰길을 걸어가려면 역사 공부는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타임머신을 타자. 역사 독서로 떠나는 여행자에게 누구도 여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독서로 말하라 著者, 북칼럼니스트 노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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