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 전 2권 각 328쪽/ 각 권 1만 4000원

개미나 고양이, 천사와 신 등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떠돌이 영혼의 시점에서 소설을 전개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죽음』의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누가 날 죽였지?`라는 문장을 떠 올리며 눈을 뜬다. 그는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인기 추리 작가로, 평소에 작업하는 비스트로로 향하다 갑자기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의사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제서야 자신이 죽었음을 깨달은 가브리엘 웰즈는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몇 몇 용의자가 떠오르고,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이후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 수사를 해나가며 진실을 파헤친다.

작품 속에서 가브리엘 웰즈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주간지 기자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쓰다가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프랑스의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매년 꾸준한 리듬으로 신간을 발표해 대중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다. 주인공에 대한 이 설정은 베르베르 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가브리엘과 베르베르의 공통점은 글쓰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가브리엘은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그동안 다양한 인터뷰에서 `글쓰기가 나를 구원한다`라고 말해왔던 베르베르는 이번 작품에서 가브리엘의 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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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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