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레스 씨의 인생정원

곤잘레스 씨의 인생정원
곤잘레스 씨의 인생정원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인디고/ 246쪽/ 1만3800원

`직장에서 그가 대단한 일이라도 했던가? 물론 돈을 불리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적잖은 봉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위해 기여한다는 느낌은 단 한 순간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은행이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어디에 돈을 투자하는 지 알고 있었던 탓이다. 어쨌거나 지속가능한 사업, 사회적 사업은 아니었다. 대개는 무기나 제약 그 밖의 의심스러운 사업들이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해고된 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갑작스런 운명의 전환점에 맞닥뜨리기는 했지만 당황하기보다 이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자연주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온 한 농부가 있다. 스페인의 작은 해변마을 안달루시아, 그는 작은 텃밭에서 감자, 토마토, 브로콜리 등을 가꾸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몸소 살아내는 중이다. 그리고 은행에서 투자 상담원으로 일하며 세속적인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있다. 좀처럼 웃을 일이 없던 직장, 오로지 돈 때문에 다녔던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 당한 후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자 스페인의 작은 마을 안달루시아로 여행을 오게 된다.

인생의 큰 시련 앞에서 떠날 용기를 갖지 못했더라면, 곤잘레스 씨를 만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 지금도 사회적 성공과 야망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삶의 방향성을 잃은 채 방황하던 젊은이 니클라스가 곤잘레스 씨와 만나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시작된다. 니클라스는 석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곤잘레스 씨를 찾아가 자발적으로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면서 죽음, 연민, 사랑,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등의 주제를 놓고 대화한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경쟁적인 문화 속에서 평생 소박한 삶을 살아온 작은 농부는 살아있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일과를 마친 후 따뜻한 박하차 한 잔의 기쁨, 두 손으로 흙을 파낼 때 고개를 내미는 다양한 감자알들의 소중함, 마당 무화과나무에서 직접 따먹는 달콤한 열매의 의미,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기쁨 등.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조언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금 알려준다.

이는 니클라스 뿐 아니라 모든 젊은이가 바쁘고 치열한 삶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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