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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외

2019-05-22기사 편집 2019-05-22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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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먹는 페미니즘(윤정선 지음)= 오랫동안 많은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로 남성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나 남성의 각성을 위해 희생하는 등 주변부 캐릭터로 그려졌다. 여성은 남성의 시선 아래 성적 대상화된 채 영화에 등장했다. 근래 들어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는 다만 시작일 뿐이다. 이 책은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들을 재해석해 일상에 공기처럼 스며있는 성차별적인 시선을 포착하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보이는 다중의 깊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얼핏 히스테릭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로만 보이는 '블루 재스민'에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여성을, 미국 소시민 사회의 권력과 구원의 문제를 그린 '도그 빌'에선 여성 혐오를 바탕에 깔고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실존했던 화가 모드 루이스의 삶을 담아낸 '내 사랑'에서는 남성 연대의 모순성을 만나고 발견하는 등 여러 영화의 주인공들로 젠더 문제의 현실을 풀어헤쳐본다.들녘·204쪽·1만 3800원

△이상문학상 대상 작가를 말한다(김미현·이순원·하응백 외 17인)= 역대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들이 대상 수상을 하던 그 해에 동료 평론가·소설가·수필가·시인 등이 쓴 '작가가 본 작가'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수정·보완하고 편집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는 수상 소감과 함께 '문학적 자서전'을 발표한다. 그리고 동료 작가가 대상 수상자에 대해 쓴 '작가가 본 작가' 등이 수록된다. 이중 동료 작가들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에 대해 말하는 비평적 논의, 즉 '작가가 본 작가'의 저자는 크게 비평가와 작가로 나뉘는데 그만큼 글쓰기 성격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비평가의 작가론은 비평적 틀을 내세우며 작가의 세계, 더 나아가 작품 세계를 논리화하는 성격이 짙다. 반면 소설가를 필두로 한 작가의 작가론은 창작의 길에서 보고 느낀 작가의 숨겨진 내면을 파헤치는 사적인 글쓰기라는 특징이 담겨있다. 소소한 일상을 포함해 인간적인 고뇌나 사소한 버릇까지도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문학사상·320쪽·1만 5000원

△맛 대 맛(백석·채만식 지음)= 이 책은 시인 백석과 소설가 채만식의 문학 세계를 대비해 문학의 맛을 새로운 독법으로 탐색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시인 백석이 찾아낸 맛의 나라는 아주 특별하다.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등장하지 않는 시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아름다운 시어와 토속성 만으로는 백석의 시를 오독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음식은 통상적인 독법을 넘어 백석의 시를 이해하는 징검다리다. 백석처럼 음식에 천착한 시인은 없었다. 그만큼 예외적 존재다.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인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백석 못지 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있었다. 소설가 채만식이다. 채만식의 고향은 곡창 호남평야의 한켠인 전북 군산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있다. 채만식은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냈다. 그는 29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소설, 희곡, 수필을 가리지 않고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채만식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채만식의 고향 군산은 돈과 쌀이 넘쳐나면서도 주린 자들이 거리를 메우던 모순의 도시였다. 맑던 강이 '장꾼들이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이 깨어지며 일순 '탁류'로 바뀌는 서사성에 곧 '채만식의 맛'이 아닐까 싶다. 가갸날·240쪽·1만3500원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지음)=고통과 사랑을 시로 기록해 온 최문자의 여덟 번째 시집이 나왔다. 시인은 '훔친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외로운 이처럼 덤덤하게 삶을 풀어 놓으면서도 때때로 고백과 비밀, 죽음과 참회들이 터져나오도록 둔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일생동안 사랑했던 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끝'의 순간들로부터 시인은 또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실과 불안을 여유롭게 부려내며 촘촘히 짜인 시의 격자는 어떤 것도 헐렁하게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단단히 붙잡힌 채, 슬픔과 참혹함이 지나가며 남기는 흔적들을, 그것들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시간의 궤적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시집에는 '고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최문자의 시적 화자들은 늘 고백을 그리워하고 그 앞에서 충분히 망설인 뒤 마침내 수행한다. 관록의 시인이 삶의 면면에서 채취한 고백으로만 가능한 찰나적 순간들이 한 권의 시집이 돼 우리에게 왔다. 민음사·172쪽·1만 원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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