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킴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Voice of Harmony)'

Untitled, 2018,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rpet, 220x441cm
Untitled, 2018,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rpet, 220x441cm
씨 킴(CI KIM·68·본명 김창일)이 열 번째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Voice of Harmony)`를 연다.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충남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100여 점을 총 망라해 선보인다.

씨 킴의 오랜 관심사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재료들이 자신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는 데 있다.

그리고 화면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작가의 특성상,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오픈 엔딩을 전제로 한다. 지난 20년 동안 작가는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해 왔다. 그는 쉽게 혼합될 수 없어 보이는 물성들, 예컨대 토마토, 블루베리, 철 가루, 나무, 시멘트, 브론즈,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 잡지, 네온 등이 서로 충돌, 중첩, 상쇄시키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긴장감, 에너지, 그리고 우연성에 주목한다. 씨 킴은 종종 이러한 자신의 예술 행위를 셰프가 여러가지 식자재를 혼합해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거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율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비유한다. 그의 작업은 작가가 색, 선, 형태, 질감 등 시각적 음표들이 자신의 지휘체계에 따라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조화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음과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엔 커피를 물감처럼 사용해 제작한 회화 연작들을 포함해, 목공용 본드를 미디엄으로 이용한 글루(Glue) 작업, 도끼로 찍어낸 자국이 가득한 알루미늄 패널 등 추상적인 표면을 갖는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작업실 바닥의 깔개로 사용해왔던,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카펫 위에 수백 개의 일상 용품을 붙여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작품과 같은 신작들도 선보인다.

4층에 전시되는 마네킹 연작들도 씨 킴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마네킹들은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자소상(自塑像)의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이다. 씨 킴은 지난 10년동안 지속적으로 무수한 셀프 포트레이트 연작을 제작해왔다. 작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자신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진과 퍼포먼스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의 얼굴형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 안경`으로 대체되어 안경을 쓴 사물(빈 박스, 스티로폼, 냉장고 등의 사각형 오브제)의 모습으로 변모돼 왔으며, 최근작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질척한 시멘트로 피부를 입히고 가발과 가면을 씌운 모습이나 그 형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씨 킴의 셀프 연작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표현 방식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변화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씨 킴은 여러 개의 자아를 보유하고 있는데, 때때로 그는 각각의 자아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로이 꺼내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씨 킴은 현재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등에서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MdBK 라이프치히, 예술의 전당,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탑동시네마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천안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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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18, coffee on paper, 300x150cm
Untitled, 2018, coffee on paper, 300x150cm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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