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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미국의 수목원을 돌아보며

2019-05-21 기사
편집 2019-05-21 0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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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부터 13박 14일 일정으로 미국 현지 식물원과 수목원 다섯 곳을 방문했다. 당초 목적은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목련학회'에 참석해 내년 천리포수목원에서 열릴 국제목련학회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프로그램을 최종 결정하는 일이었지만 간 김에 미주리, 시카고, 오하이오주에 있는 식물원과 수목원의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그간의 변화를 알아보기로 했다.

인상적인 것은 어디에도 학회 개최를 알리는 플래카드나 안내문이 없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되면 모두 자리를 잡고 행사를 진행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내용의 질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실질적인 내용보다 형식에 꽤 얽매여 있음을 느꼈다.

내년에 열리는 국제목련학회는 1997년에 이어 천리포수목원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우리 수목원의 큰 경사다. 세계적으로 목련,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회양목, 침엽수 등 특히 선호하는 수종을 중심으로 학회를 구성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한다. 우리나라 학회는 주로 대학교수나 전문연구가의 모임이지만 전문 학자뿐 아니라 일반인 참여가 매우 활발한 점이 우리와 다르며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기도 하다.

나는 영남대 재직 당시 총장 지시로 대학식물원 조성을 계획한 적 있다. 예산이나 수목원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자비로 미국의 식물원과 수목원을 돌아보기 위해 두 달간 미국의 동부, 중부, 서부의 유명한 식물원과 수목원을 찾았다. 이번에 돌아본 미주리식물원, 시카고식물원, 모튼수목원, 홀든수목원, 워스콘신대학 메디슨수목원 등은 우리 개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면적을 갖고 있고 나무들이 하나같이 함치르르하고 훌륭하게 숲을 유지·관리하고 있다.

홀든수목원은 1980년대 이후 수집 중심에서 연구와 교육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으며 도시지역에 적용 가능한 수종의 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용 식재지는 면적도 면적이지만 연구에 들이는 시간의 개념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길었다. 이는 우리의 기존 사고와 연구 및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이들과의 경쟁은 도저히 요원함을 느꼈다.

미국의 식물원과 수목원에서 하는 교육은 결국 일반인까지 아우른 생물 다양성의 보전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부분은 자연의 귀중함과 그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또 다른 눈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는 때로 피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기에 그 지식이 깊지 못하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과학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생물 다양성의 가치와 귀중함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며, 그 대상은 곧바로 우리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숲이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크게 의존해온 바로 이 숲에서 우리의 미래를 배우고 찾아야 할 것이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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