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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시, 축제, 그리고 호모 루덴스

2019-05-21기사 편집 2019-05-21 08: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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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대전 서구청 앞에는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이 있다. 건물과 상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공원은 오아시스와 같다. 휴식에 목마른 사람들이 이곳을 주로 찾는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곳에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와 음료를 든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에게 도시는 삶의 터전이고, 공원은 잠시 피로를 푸는 휴식처인 셈이다.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면 아스팔트를 건너 일터가 있는 건물로 돌아간다.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높은 산과 바다도 없고,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도시에서의 일상 탈출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출근 때 지나는 곳이 아니라 여유를 위해 찾는 곳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공동체 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곳을 바라보며 유대감을 느낄 기회는 없을까. 고민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체장으로서만이 아니라 50년 가까이 서구에서 산 지역민으로서의 고민이었다. 34년 공복에 몸담은 공직자의 책임 의식이기도 했다.

한발 앞서 살맛나는 도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텍사스의 포트워스는 서부 문화가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카우보이들이 만들었고, 그들이 애용하던 식당과 주점이 남아 있는 전형적인 서부 도시였다. 1980년대 도시 부흥을 고민하는 포트워스 지역민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들은 삭막한 도시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무늬를 그리기로 했다. 1986년 처음 열린 포트워스 아트페스티벌은 그렇게 시작됐다. 매년 봄 축제가 열리는 나흘 동안 포트워스 거리는 거대한 공연장과 전시장이 된다. 포트워스 아트페스티벌은 도시와 문화예술을 결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이 24일 개막해 3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사흘 동안 축제가 열리는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 일원에서는 36개의 크고 작은 공연과 37개의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대표행사로 자리 매김 한 아트마켓, 아트트리, 아트빛터널이 행사장을 수놓는다. 프리마켓, 아트갤러리 경매, 먹거리 부스 등 부대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첫 회부터 그랬던 것처럼 개막식 축하 공연과 불꽃쇼는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어떤 축제는 전국적인 유명세로 북적이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축제도 적지 않다.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명멸하는 수많은 축제 가운데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이 감히 최고의 축제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차별화된 다른 축제라고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은 서구를 살맛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아스팔트와 공원 위에 문화라는 색을 칠하고, 예술이라는 무늬를 입혔다. 명실상부 예술로 힐링하는 도시 축제다.

축제는 제의(祭儀)에서 출발했다. 노동의 피곤함을 덜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잔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했다. 축제에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제는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 이것을 통한 경제적 가치를 강조한다. 경중을 따질 수 없고, 축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여길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마음껏 즐기고, 쉬고, 힐링할 수 있는 축제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부뇰은 토마토 축제로 유명하다. 안전과 위생을 위해 축제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과 준비물이 있다고 한다. 토마토를 으깨서 던질 것, 고글과 장갑을 착용할 것 등이다.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참가자도 반드시 갖춰야 할 준비물이 하나 있다. 마음껏 문화예술을 즐기고 힐링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이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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