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당신은 엄마의 손을 언제 잡아보셨습니까."

인형을 매개로한 연극, `손 없는 색시`가 24일과 25일 이틀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다. 연극 `손 없는 색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공연이다. `손 없는 색시`는 이야기만 보면 기괴하기 그지 없다. 남편은 전쟁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하고, 한이 맺혀 매일 가슴 치는 색시, 그런 색시의 양 손은 가슴을 치기 싫다며 어느 날 스스로 떨어져나간다. 뱃속에서 나온 아이의 몰골은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다.

전쟁의 상흔과 아픔은 극의 줄기이다. 색시는 떨어져 나간 손을 찾겠다며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닌다.

지난 해 5월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공연은 감동을 이끌어낸 수작이란 평을 이끌어냈다. 인형극이지만 아동극이라는 편견을 깬 작품이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린 채 쫓겨난 색시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에선 기존의 서사구조를 비틀어 색시의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내용으로 바꾸며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자신의 아픈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색시. 어느 날 손은 더 이상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색시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버린다. 극심한 고통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색시의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어미의 슬픔을 안고 태어난 아기는 벌써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는 자신에게 수의를 지어줄 손을 찾으러 우물에 가자고 색시에게 제안하고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찾아 길을 떠난다. 우물에 도착한 늙은 아들이 물을 마시려다 우물에 빠지는 순간 색시의 손이 나타나 아들을 구하고, 아들은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어미의 품에 되돌아온다.

국악 뮤지컬, 창작 판소리 등 전통연희 극작 부문에서 활동해 온 극작가 경민선은 과거의 이야기를 재해석해 상실의 아픔을 맞은 이들에게 `회복이란, 상처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란 위로를 건넨다.

조현산 연출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서,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가득한 시를 읽는 것과 같다"고 평했다.

작품의 핵심 캐릭터인 `손`은, 때로는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적인 손으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모습을 바꾸며 등장하고, 그 위에 정교한 인형술과 각종 오브제,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가 조화를 이루며 희곡이 담고 있는 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아름답게 구현해낸다.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인형 연기자다. 배우들의 몸은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했다가, 세트와 소품의 역할을 하는 등 무대 위에서 인물과 공간들을 끊임없이 창조한다.

정재환 음악감독이 작품을 위해 창작한 음악은 네 명의 악사를 통해 라이브로 연주되며, 작품의 분위기와 관객의 몰입을 돕는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공연 첫 날인 24일 오후 3시 공연 후에는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무대에 마련되며, 조현산 연출과 경민선 작가가 출연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공연은 인터미션없이 80분이다. 티켓은 전석 2만 원, 초등학생 이상 입장할 수 있으며 청소년(초등학생-고등학생)은 50% 할인 받을 수 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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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손 없는 색시 공연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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