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은 북한의 음식이지만 대전에서도 그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어요. `대전`하면 냉면이 떠오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싶죠."

올해로 시 출범 70주년을 맞은 대전에는 오랜 역사만큼 대를 물려가며 맛을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평양냉면 붐이 일면서 대전의 평양냉면 노포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대전에 북한의 냉면이 오래도록 뿌리내렸는지 궁금해 역사가 깊은 냉면집 몇 곳을 찾아 다니며 각 식당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 식당은 모두 1대 창업주들이 6·25전쟁 때 대전으로 피난을 오면서 시작됐다. 대전시와 역사를 같이할 정도로 60-7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북식 냉면이라는 같은 메뉴를 팔고 있지만 육수의 종류부터 반찬, 담음새 등이 모두 달랐다. 사람들은 냉면 한그릇에 담긴 식당의 이야기와 대를 이은 장인정신, 오랜 세월을 냉면과 함께 즐긴다.

개인이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식당은 대전시민을 넘어 전국적으로 `대전`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4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한 냉면집의 대표는 "대전에 성심당만 있는게 아닌데, 대전방문의 해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 미래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가치가 있는 자산을 발굴·보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미래유산 맛집`으로 선정된 식당만 47곳이다.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에서는 각 식당의 음식·역사에 대한 설명과 이력사항, 가는 법까지 모든 스토리를 알 수 있다.

대전시도 3대가 30년 이상 가업을 이어오는 식당에 인증패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관광 홈페이지에는 가게 사진 한 장과 주소만 적혀있을 뿐, 그 가게들이 긴 세월동안 어떤 맛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서울의 미래유산 맛집과 대전의 3대·30년 식당들이 가진 문화적·역사적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전 방문의 해가 시작된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DJ파티도 좋지만 대전이 이미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들을 콘텐츠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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