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4시 35분쯤 대전 대덕구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는 종점까지 가는 내내 난폭운전을 일삼았다. 버스기사는 버스에 탄 승객들이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급출발하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진로변경과 급정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승객들의 몸이 거칠게 휘청거려, 한 승객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옆 사람의 가방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난폭운전을 일삼던 버스기사는 급기야 승객의 하차 요청도 무시한 채 내달리기까지 했다.
버스 탑승객 장(23)모 씨는 "버스가 급출발할 때마다 몸이 휘청거리는 것은 물론,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넘어질 때도 있다"며 "평소 버스를 탈 때마다 급출발·급정거를 경험하는데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전 시내버스 난폭운전으로 인해 매년 300여 명의 시민들이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대전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사고는 818건으로,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9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67건, 2017년 195건, 지난해 204건의 시내버스 사고가 발생해 매년 200여 건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 유형별로는 급정거·급출발을 포함한 버스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332건(40.5%)을 차지해 가장 큰 사고원인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 급정거·급출발은 2017년 시내버스 시민모니터단이 제보한 2135건의 불편사항 중 개선해야 할 난폭운전 1순위(29%)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빠듯한 일정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스 운전기사 박모 씨는 "간혹 근무일정에 따라 오후 11-12시쯤 퇴근한 뒤 3-4시간 자고 새벽에 출근해 오전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다"며 "이 경우 막차를 운행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퇴근하고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급정거·급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에 차가 몰리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상황에 맞춰 배차시간을 준수하는 것도 급정거와 급출발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는 난폭운전의 원인을 시내버스 운전기사 개인의 문제로 지목했다.
시 관계자는 "안전운행을 하는 모범운전기사들이 있는 반면, 몇몇 버스기사들은 주기적으로 난폭운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는 것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운전기사 개인의 마음가짐"이라며 "앞으로 버스기사들의 안전운전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 대전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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