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궁동네거리 높이 4m 달해 오히려 고립시켜

완충녹지는 주거시설과 상업지역을 도로와 분리시키는 기능을 한다. 소음과 분진 등 도로와 인접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갈수록 녹지공간이 축소되는 측면을 고려할 때 도심의 자연환경 개선에도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 이렇듯 순기능이 있고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법령에 의해 설치됐다고 해서 해당 주민들이 완충녹지를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권 저해와 안전 위협 등 완충녹지로 인한 제약만 커져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표적인 게 `대전의 관문`이라 불리는 유성구 장대동 궁동 네거리. 이 곳 주민들은 완충녹지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며 10년 넘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완충녹지의 높이가 무려 4m 넘게 조성된 데다 해당 녹지 위로 식재된 나무들이 오랜 기간 성장하며 `보호`의 수준을 넘어 `고립`을 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장대동의 한 주민은 "완충녹지가 너무 높아 완충녹지와 주거지 사이 공간이 어둡고 위험하게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정도"라고 걱정했다. 완충녹지로 인한 고충 호소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건물 1층 상가는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2층도 시야가 가릴 정도다. 대로변을 향한 간판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라고 완충녹지로 인한 불편을 토로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대덕구 송촌동, 중리동 등에도 완충녹지로 인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방음효과를 위해 마련한 완충녹지가 소음 저감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완충녹지로 인한 시민 반발이 가장 큰 궁동네거리 인근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완충녹지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평균 소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소음 측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각각의 측정 지점의 결과치를 살펴보면 소음 저감이 완충녹지의 영향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궁동 네거리 구간의 완충녹지는 소음을 줄이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입 당시 기대효과보다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커졌지만 대안 모색은 더디기만 하다. 완충녹지가 도시계획시설인 탓에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고 자치구별로 각각 다른 조성 기준과 언덕 형태로 이를 대체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도심의 소음 저감 유형을 살펴보면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안지구와 죽동지구의 경우 차량 소음이 예상되는 일부 구간에 방음벽을 설치하고 완충녹지는 평지 또는 지형에 맞게 조성해 시민들이 추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소음 저감을 위해 주거단지, 상업지역을 고립시킨 게 아니라 주민 쉼터 기능까지 확대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치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중심에 지역구 국회의원인 조승래 의원이 있다. 조 의원은 최근 전문가와 공무원 등을 초청 완충녹지 개선안을 논의하는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조 의원은 "최근 대학마을에서 개최한 `찾아가는 의정보고회`에서 완충녹지의 개선 의견이 나왔다. 현재 보좌진을 비롯 광역·기초의원들에게 이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며 "종합적인 검토 결과, 소음저감 등 문제가 없다면 완충녹지를 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도 이제는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됐다. 현재 조성된 녹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차량 소음으로 인한 문제도 같이 고민하면서 말이다. 조 의원의 주장처럼 정치, 학계, 시민사회 등 여러 의견을 한데 모아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는 얘기다. 시민 불편이 예상돼 마련한 완충녹지가 시민 불편 등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완충녹지를 전면 개선하던가 아님 녹지의 높이를 낮추고 20년 동안 과도하게 커버린 수목을 전지 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10여 년간 완충녹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떻게 매듭 될지 주목된다. 맹태훈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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