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실용음악이란 단어를 `대중음악`이라는 단어로 대치할 수 있다면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우선 `근현대적 의미의 대중음악의 뿌리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전세계의 문명적 지형을 뒤바꿔 놓았고 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00여 년에 걸쳐 농익은 그 혁명의 열매들은 19세기 뉴올리언즈라는 미국 남부도시에서도 쉽게 관찰되기 시작한다.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여흥을 찾아 주말이면 공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유튜브는 물론 라디오도 없던 그 시절 야외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그들의 유일한 여흥적 돌파구였고 당시 그 수요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결코 진지한 클래식 음악은 여기엔 필요 없다. 가볍게 몸을 흔들게 하거나 공원의 흥취에 어울리는 낙천적인 음악이 제격이다. 그러니 악보는 필요 없고 즉흥연주가 오히려 어울린다. 더구나 그 막대한 음악적 수요를 자세히 작·편곡된 악보로 다 감당할 수도 없다. 이러한 성격의 음악, 즉 공원의 즉흥적 야외음악(Parade Music)이 `재즈`의 모체이며 사실상 근현대적 `대중음악`의 가장 확실한 발현이다.

이렇게 시작된 재즈음악에는 사실 처음엔 이름이 없었다. 그러다가 재즈(Jazz, Jass)라는 단어가 처음 공공연히 이 음악을 지칭하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1913년이며, 당시 스포츠 전문 기자였던 윌리엄 슬래터리가 아트 힉맨(Art Hickman)의 밴드음악을 지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뉴올리언즈에서 시작된 태동기의 재즈음악은 시카고를 지나 1920년에는 드디어 뉴욕이 그 세계의 중심이 된다.

1920년대 뉴욕의 재즈를 흔히 초기재즈(Early Jazz)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연주단체가 바로 ODJB(Original Dixieland Jazz Band)이다. 이 시기의 재즈 스타일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1918년에 만들어진 ODJB의 광고 엽서 사진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왼쪽의 큰북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북, 그리고 조금 솟아 있는 심벌. 이는 놀랍게도 오늘날 대중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드럼셋(drum-set)의 원형을 보여주는데 이미 100년 전의 일이다. 달리 말하면 록이나 팝을 포함하는 오늘날의 거의 모든 대중음악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드럼셋이 재즈밴드에 의해 100년전에 거의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좀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드럼(Tony Spargo)의 왼쪽에서부터 트럼본(Edwin Edwards)이 보이고 이어서 코넷(Nick LaRocca), 그리고 앉아있는 클라리넷 연주자(Larry Shields)가 보인다. 어찌 보면 조잡해 보이는 이 사진 한 장 속의 `밴드`가 향후 100년 이상의 음악 기류를 바꾼다. 바로 대중음악의 토대인 밴드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밴드는 대중음악의 토대이고 재즈는 밴드의 어머니이다. 적어도 재즈가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모체인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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