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이전소식에 지역 경제계 설왕설래…"책임 무겁게 고려했어야"

"혜택 본 만큼 책임감도 느끼면 좋았을 것을…"

대전에서 시작해 벤처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쓴 골프존이 본사를 서울로 이전했다는 소식에 지역 한 기업인은 이렇게 촌평했다.

그는 "골프존이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사회 한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랐는데 기대가 컸던 모양"이라며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던 골프존 이전설이 현실화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지난 3월 골프존이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와 경제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골프존이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더욱 무겁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시각이 짙다.

대전에서 자라 대전을 떠난 기업은 비단 골프존 뿐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타이어 전문점을 표방하며 1991년 설립된 타이어뱅크도 전국 4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중견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세종으로 본사를 옮겼다.

세종을 포함해 충청권 외곽으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의 가장 큰 이유는 부지확보의 어려움이다. 회사를 키우려면 증설이 기본인데, 대전에선 그에 맞는 부지를 찾기 어렵고, 땅값도 비싸다보니 어쩔 수 없이 대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년 전 세종으로 본사를 옮긴 한 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공장을 지을 큰 부지가 필요해 대전시에 요청도 해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런 틈을 비집고 각종 유인책을 내놓는 세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기업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잇따른 세종행으로 세종시 출범 이후 조성된 산업단지 2곳(첨단·명학)은 모두 완판됐다. 세종시는 향후 기업 이전 추가 수요 대응을 위해 스마트그린 산단·첨단산단 2공구(소정면), 벤처밸리산단(전동면), 세종테크밸리(4생활권) 등 4개 산업단지를 추가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지방 투자기업에 입지·설비 투자금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부보조금도 세종시는 중소기업 기준 입지의 40%, 설비투자의 24%를 지원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사업 개시 3년 미만 유망창업기업, 관내 증설투자 기업, 대규모 투자기업에 특화된 지원제도도 있다.

대전지역 한 기업인은 대전시를 향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저렴하게 조성·분양하고 타 시·도에서 제공하는 각종 세제 혜택과 더불어 지원 규모를 과감히 확대해야 기업 이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