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서구의 한 타이어뱅크 매장  [사진=대전일보DB]
대전시 서구의 한 타이어뱅크 매장 [사진=대전일보DB]
향토기업의 탈(脫)대전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대전지역 일개 벤처기업에서 스크린골프 업계를 대표하는 매출 200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한 골프존마저 최근 서울로 본점소재지를 변경했다. 골프존은 업무 효율과 경쟁력 확보를 이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전에서 태동해 유무형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향토기업이 19년 만에 서울로 뿌리를 옮겨갔다는 데 대해 지역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하다.

올 초 세종으로 이전한 타이어 유통 전문업체 타이어뱅크와 함께 우량 중견기업의 잇따른 유출로 지역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면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 3월 22일 `업무 효율화에 따른 본점 소재지 변경`을 공시했다.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97번길 40(도룡동)에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735로 본점을 들어 옮긴다는 것이다.

골프존 관계자는 "급증하고 있는 국내외 거래처와 미팅 등 다양한 업무 시스템을 효율화하고자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이전했다"며 "회사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이전 배경을 밝혔다.

2000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보육센터에서 직원 5명의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골프존은 당시 골프 대중화 흐름과 벤처 붐을 타고 2011년 매출 2000억 원 돌파와 함께 코스닥에 상장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골프존은 현재 골프존뉴딘홀딩스를 지주사로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제조, 대중제 골프장 운영, 스크린야구 `스트라이크존`으로 대표되는 가상현실 레저 등 사업을 다각화한 중견 골프존뉴딘그룹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 사이 대전시가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기업에 시상하는 `매출의 탑`에 여러 차례 선정되는가 하면 각종 봉사활동과 이웃돕기 성금을 내놓으며 지역사회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골프존의 서울 이전에 지역사회는 당혹해하고 있다.

2012년 출범한 세종시로의 기업 이동도 심상치 않다. 타이어뱅크는 올 1월 대전에서 세종으로 본사를 옮겨 떠났고 지난 수년동안 이텍산업, 알티오젠, 에스피오, 미래생활, SK바이오판, 화인TNC, 한국전자파연구소 등 유수의 지역 기업들이 줄줄이 세종행을 택했다.

대전지역의 산업단지 용지부족과 비싼 땅값 부담을 피하면서 미래 부동산 가치와 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이 세종 이전을 촉진했다는 게 지역 기업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세종에 둥지를 튼 기업은 한화첨단소재 본사 및 연구소 등 대기업을 비롯해 198개 기업에 달한다.

이밖에도 삼영기계는 공주로, 알루코(옛 동양강철)는 논산으로, 길산스틸은 계룡으로, 진미식품은 괴산으로, 영보화학은 청원으로 각각 이전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지역 기업들이 속속 대전을 떠나고 있다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고 안타깝다"며 "그간 이어진 기업 이전의 정확한 배경을 파악해 추가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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