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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칼럼] 샤또 보세주르 베꼬

2019-05-16기사 편집 2019-05-16 08: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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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을 즐기는 저는 어느 지역(품종)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르도 우안(뽀므롤/쌩떼밀리옹)과 메를로라고 답변합니다. 보르도 좌안(오메독) 까베르네 쇼비뇽의 까칠함과 부르곤뉴(꼬뜨드뉘) 피노 누아의 까탈스러움과 달리, 우안 메를로는 모나지 않으면서 우아하기에 마치 외유내강의 와인이라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제가 갖게 된 계기를 제공한 와인이 쌩떼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1급B 샤또 보세주르 베꼬(Beau-Sejour Becot)입니다. 포도원 확대 문제로 1986년 등급조정에서 그랑 크뤼 클라세로 강등되어 1996년 다시 승급되기 이전인 1992년 빈티지를 감동적으로 맛보면서였습니다. 1992년은 대표적인 보르도 와인의 흉작년도라서 프랑스 현지 가격이 불과 만원 남짓했었습니다. 가격 대비 훌륭한 수준의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품종이 메를로라고 각인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과일 아로마와 유연·섬세함의 메를로를 까베르네 프랑이 구조감과 숙성력에서 도와주는 역할도 있기는 합니다.



아름다운 체류(Beautiful stay)를 의미하는 '보세주르' 명칭은 1787년 소유주 피작(Figeac) 가문의 장군이 포도원에 즐겁게 머물렀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이후 1869년 당시 소유주가 남매에게 포도원을 분리해서 물려주면서, 아들 소유의 샤또 보세주르와 구별짓기 위해서 딸 소유의 포도원을 남편 성을 붙여서 샤또 보세주르 뒤포-라가로스(Duffau-Lagarosse)로 했습니다. 이 샤또도 쌩떼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1급B 등급입니다. 샤또 보세주르는 1969년 자동차 판매상 미셀 베꼬(Michel Becot)가 인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여 지금의 샤또 보세주르 베꼬가 되었고, 현재는 손녀인 줄리에뜨(Juliette) 베꼬가 남편과 함께 운영 중입니다.



샤또 보세주르 베꼬는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쌩떼밀리옹 마을에 인접한 끌로 푸르떼 왼쪽 편에, 마찬가지로 석회암 점토질 토양 언덕에 위치합니다. 포도원 지하의 7ha에 달하는 석회암 채석장을 개조해서 수십만 병의 와인 저장고로 활용합니다. 연도별로 분류된 공간 곳곳에 와인에 관한 멋진 싯구도 적혀있고, 설치 작품과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성당에 설치된 것과 유사한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와 성인 모습의 나무 조각상도 보았습니다.



샤또 보세주르 베꼬에서 제공한 시음와인은 샤또 보세주르 베꼬 2011 외에도, 1995년에 인수한 가라쥬 와인인 샤또 라 고므리(La Gomerie) 2001도 있었습니다. 2ha에 100% 메를로로 만든 샤또 라 고므리는 등급 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농후한 향과 진한 여운에서 샤또 보세주르 베꼬를 능가했습니다. 1급B에서 가장 저렴한 샤또 보세주르 베꼬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이번 클래식와인 5월 정모에서 샤또 보세주르 베꼬 바로 밑에 위치한 또다른 그랑 크뤼 클라세 1급B 샤또 까농(Canon) 2013을 시음할 예정입니다. 샤또 딸보처럼 2음절로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는 샤또 까농은 1996년 샤넬 그룹이 인수해서 대부분의 기존 까베르네 쇼비뇽을 제거하고 석회암과 점토에 적합한 메를로와 까베르네 프랑으로 대체했습니다. 샤또 까농은 필터링 거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인 계란 흰자로 불순물 제거 작업을 하여, 농밀함과 깔끔한 미감의 훌륭한 밸런스 와인으로 알려져 있기에 한층 더 기대됩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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