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이 헐린 자리에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지지난해 말 호텔 폐업신고서를 제출한 모기업 (주)신안레저측이 종국에는 대형 주상복합건물 신축 카드를 꺼내든 셈인데 일반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사업자측이 낸 건축사업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호텔 자리에 대전 도심에 4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대전 엑스포장에 짓는 193m 높이의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버금가는 규모라 할 수 있다.

유성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온천 특구의 명맥을 이어온 리베라호텔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공동주택과 생활숙박시설을 포함한 820세대 주상복합건물이 생기는 것에 대해 `호텔리베라 범시민대책위` 내부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관광특구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시민에게 좋은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주상복합건물이 건립되는 것이 도시 환경적으로도 적합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각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내심 마뜩지 않은 심사가 엿보인다.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이상, 호텔 자리에 주상복합이 들어서기는 할 것이다. 관련 서류 심의 과정에서 층고, 용적률 등 부분과 교통영향평가 결과가 일정한 변수가 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지만 `시간문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건축허가를 내줄 땐 내주더라도 도시계획법 등 관련 법규에 어긋나지 않도록 충실하게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해당 사업 구역의 경우 재정비촉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영향평가에 들어가는 것은 `중대한 흠결`에 해당한다는 대전시 실무부서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성은 두 얼굴의 양태를 연출하고 있다. 관광특구 부활을 위한 시·구 차원의 정책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분양수익 모델에 기반한 건축물들이 유성의 정체성을 지워나가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리베라호텔을 희생양 삼은 주상복합 건물이라고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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