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야 업무 영역을 두고 의사와 의료기사들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물리치료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사 단체들이 전문성 확립을 위한 법제정에 나서면서 의료계 직역 간 마찰이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4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등 20명은 의료기사법에 의해 위상과 업무범위를 규정받는 물리치료사를 별도의 법으로 제정, 활성화하는 내용의 `물리치료사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물리치료 및 물리치료사 정의, 물리치료 면허 업무체계 재정립, 전문물리치료사제도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물리치료사협회 및 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물리치료사법이 제정되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되며, 의사의 지도는 처방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앞서 발의된 간호법안도 그동안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역할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지도)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새롭게 규정했다.

보청기를 다루는 청능사도 지난해 직종 신설과 단독업무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한 바 있다.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는 의료기사 단체들은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시스템 변화에 직역 간 업무영역 확립은 필수"라며 "앞으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두섭 대전물리치료사협회장은 "현 의료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아니다"라며 "저마다 고유의 업무를 보다 전문성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의료계 불신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의사회는 최근 낸 성명에서 새 법안의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를 지적했다.

의사회는 "기존 의료기사법에서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었지만, 새로운 법안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하에 수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물리치료업무`라고 적혀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치 물리치료를 의사의 처방에 의해 별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리치료, 간호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할 뿐 아니라 책임소재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피해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없게 돼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법안이 물리치료사 등의 단독 개원을 용이하게 하는 방편이라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쟁이 의료계 직역 간의 힘 겨루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묵인하거나 허용됐던 업무가 영역 침해라는 예민한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다"며 "서로의 밥그릇 뺏기가 아닌 국민 건강권 향상이라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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