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간단한 염증이 아닌 이유

정성희 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성희 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불명의 만성 질환이다.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수개월 간 나타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질환에 속한다. 용어만 듣고 장염과 같은 일반적인 질환을 떠올릴 수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며,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어떻게 다른가=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계 전체에 걸쳐 염증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연속적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 퍼져 있으며, 깊은 궤양을 동반한다.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고 체중감소, 영양부족, 빈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생기고 주로 장 점막의 얕은 부분에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이다.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크론병이 심각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복통·설사 이어지면 의심해봐야=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뚜렷한 예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유전, 환경, 면역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부터 진단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다. 보통 크론병은 1년 이상, 궤양성 대장염은 3-6개월이 걸린다. 이는 과민성 장증후군, 장염, 치질 등으로 오해하기 쉬운 탓인데,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이라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르다.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혈변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조기 진단 필수= 염증성 장질환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나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 또는 장애가 발생한다. 심할 경우 장 폐쇄·협착·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되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주된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약물, 생활습관 개선 필요= 약물로는 면역 조절제, 항염증제, 생물학제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을 사용한다. 수술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장협착·천공, 대장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시행한다.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절제 수술을 한다. 결국 아직 염증성 장질환의 완치에 이르게 하는 치료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적절한 관리와 조절, 약물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와 금연, 금주 등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만성적인 복통, 설사 및 체중감소 또는 혈변으로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 볼 것을 권한다. 김용언 기자

도움말= 정성희 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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