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김용덕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김용덕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한 60대 남성은 얼마 전부터 걸음이 느려지고 다리가 조금씩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몸이 앞으로 쏠려 걷기가 어렵고 넘어지기도 했다. 1년 후 증상은 점점 심해져 숟가락질을 할 때 손이 떨려 국을 떠먹기 어려웠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걸을 때도 손이 떨렸고 왼쪽 손에서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중풍(뇌졸중)으로 오해한 그는 이후 여러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 호전이 없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초기 파킨슨병으로 진단됐고 약물치료로 손 떨림과 걸음이 좋아지고 있다.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용덕 교수의 도움말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등이 앓았던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본다.

◇파킨슨 병은= 파킨슨병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질환이 됐다. 안타깝게도 현대 첨단의학으로도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함께 약물을 조절하면 정상인의 80-90%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가장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떨림, 움직임 둔화, 경직, 보행 장애 등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퇴행성 뇌 질환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흑질`이라는 구조물에 모여 있는 뇌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병명은 처음 이러한 증상을 기술한 영국의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고 불리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9만 6000여 명이던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1만 5000여 명으로 3년 사이 20% 늘었다.

◇증상과 진단= 파킨슨병의 대표 증상은 손 떨림이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리다가 손에 힘을 주거나 행동을 시작하면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팔, 다리, 목, 턱, 몸통 등에서도 떨림이 일어날 수 있다. 행동이 굼뜨고 느리며,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나기가 어렵고, 팔운동이 빠르지 못해 걸을 때 자연스럽지 않고, 얼굴 표정이 멍해지고 글씨 쓰기가 어려워진다. 대부분 환자는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지만, 일부 환자는 오랜 기간 초기 증상이 유지된다. 파킨슨병 증상이 일단 나타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는 없다. 파킨슨병의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느리게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파킨슨 진단을 받고도 오랜 기간 사회활동을 하는데 불편함 없이 지내는 경우가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학적 검사를 하고 파킨슨병의 진전(떨림), 운동의 느려짐(서동), 강직, 보행 장애 등 파킨슨병의 증상들을 관찰하게 된다.

◇치료법= 파킨슨병 환자에게 있어 정확한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몇 가지 다른 타입의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시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시킬 수 있다.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치료의 시작 시기다.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치료가 불필요할 수 있다. 조기 치료가 약물의 부작용 또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근육통과 허리 통증은 흔한 일이다. 관절이 수축돼 팔·다리가 꼬이거나 굳을 수도 있다. 약물치료 과정에서도 근육 이상이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물리치료는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고 운동량을 늘려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물리치료에는 반복적 물리치료, 자세 교정, 보행훈련, 호흡훈련 및 말하기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물리치료가 길어지면 환자가 지칠 수 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운동하는 등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수술은 전문가와 상의= 수술은 오랜 약물 복용으로 그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려해 볼 수 있다. 가능한 수술로는 뇌 기능 지도화 후 전극을 위치시키는 심부뇌자극술과 문제가 되는 증상을 일으키는 뇌 표적 영역을 정확히 기능을 마비시키는 전류를 사용하는 것이다. 수술의 선택은 환자의 연령, 증세의 심한 정도, 동반 증상 및 이전 수술 여부 등의 여러 경우를 고려해 결정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적용대상은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과 운동장애 전문가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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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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