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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대안공간

2019-05-14기사 편집 2019-05-14 08: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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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주형 한남대학교 교수

아마도 미술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께 '대안공간'이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이 작가를 선발하고, 엄선한 작업을 전시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씀까지 드리면, 조금 놀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경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대안 공간은 70년대에 뉴욕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뉴욕은 '용광로(Melting pot)'라는 별명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다양성이 한 곳으로 모여 의미 있는 아이디어와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언제나 있어왔던 바람직하지 못한 '집중과 선택', 다른 말로는 '차별'이 있어왔다. 즉,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 :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남성으로 대변되는 주류계층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미국의 주류계층이지만, 당시에는 그들의 위치가 인종적, 문화적인 편견을 통해 더욱 공고했었다. 그러다보니 뉴욕에 자리 잡은 여성 작가, 제3세계 출신 작가, 다른 소수자들에게 전시할 공간을 찾고, 이를 통해 작품이 공론화 될 기회가 적었다. 또 이러한 다양한 출신들이 제작한 작품은 기존의 미술과 다분히 다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그들의 작업은 주류 계층이 보기에 '실험적'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작가로 활동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안'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대안공간이다.

이런 대안공간 활동은 기존 미술계에 새로운 의미를 주장하고 전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에 유학을 떠났던 1세대들이 돌아온 90년대 중후반에 대안공간들이 설립된다. 그리고 그 대안공간들은 기존의 미술계가 갖지 못한 다양한 대안적 성격의 전시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미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현재는 그 활동이 조금 정체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안공간에서 이뤄지는 전시는 다분히 도발적인 경우가 많고, 새로운 시각과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대전에도 이러한 대안공간은 존재한다.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졌지만 현재 홍성 이응노의 집에서 학예사로 활동하는 윤후영씨가 설립하고 운영했던 '스페이스 씨'를 비롯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김희라 작가가 운영하는 '동양장 B1' 같은 공간들을 언급할 수 있다. 혹시라도 대안공간에 대해 궁금한 분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동양장 B1'에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서 보면, '어떻게 이런 공간에서 전시를 하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곳에서 전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작품과 책자에 쓰여 있을 테니, 한 번 재미삼아 읽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주형 한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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