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신임 사장 인터뷰
◇"많이 벌어 더 많이 환원하고 싶다"= 김 사장이 꺼낸 화두다. 많이 와 많이 사이에 `지역사회`란 말이 녹아 있다. 맥키스컴퍼니는 1973년 8월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만든 `금관주조주식회사`에 이어 이듬해 5월 사명을 바꾼 `선양주조주식회사`가 뿌리다. 반백 년 가까운 47년 향토기업이다.
김 사장은 "지역기업 중 우리만큼 지역에 애정을 갖고 많은 후원·협찬을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소주 많이 팔아서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는 게 우리회사 임직원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에게 무작정 우리 제품 애용해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지속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다보면 시민들이 잘 한다고 칭찬해 줄 것이고, 그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하는 착한 기업,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회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도 했다.
맥키스컴퍼니는 2006년 조웅래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 해발 423m 계족산에 덤프트럭 100대 분량의 황토를 쏟아 부어 14.5㎞에 달하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환경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콜로지(ecology), 치유라는 뜻의 힐링(healing)을 결합한 맥키스컴퍼니의 자연주의 캠페인 `에코힐링(eco_healing)`의 브랜드 격이다.
맥키스컴퍼니는 계족산 황톳길에서 `계족산 맨발축제`와 `뻔뻔(funfun)한 클래식` 숲속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부드러운 황토를 밟으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계족산을 찾는 이들은 연간 100만 명으로 늘었고 계족산 맨발축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 3회 연속 선정, `5월에 꼭 가 볼만한 곳`, 여행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오른 힘이다. 겨울에 얼어붙었다 여름 호우에 쓸려 내려가는 이 황톳길을 유지하는데 매년 2000t 이상의 황토가 들어가고 부대비용을 합하면 1000원짜리 소주 팔아 남긴 `생돈` 10억 원이 깨진다.
한 기업의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치부하기엔 그 꾸준한 정성이 갸륵할 정도다. 김 사장은 "10여 년 쌓은 황톳길의 두께가 곧 지역사회에 헌신해온 우리 노력의 단면이자 시민들의 화답 아니겠느냐"며 "지역사회가 우리회사에 보내주는 그 두터운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했다.
◇사원 출신 최초 사장까지= 김 사장은 대전 태평초교, 대신중, 대전상고, 한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10월 ㈜선양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영업과 기획, 판촉, 기업문화 등 20년을 돌고 돌아 비서팀장을 하고 2011년 홍보마케팅실 실장(부장), 이듬해 기획조정실장(상무)으로 올라섰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40대 나이로 직장인의 별 `임원`을 단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맥키스컴퍼니 유통사업본부장(전무)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2016년 12월엔 회사 주력인 주류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이 됐고, 불과 2년여 지난 올해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맥키스컴퍼니 역사상 사원 출신 사장이라는 최초 기록의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30년 가까이 회사일 밖에 모른 채 집에서는 빵점짜리 가장으로 살아왔다"며 "조직의 단결된 힘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이어 "앞으로 후배들 중 임원도 나와야 하고 나중엔 사장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면서 "평생 고락을 같이 해온 후배들이 제 역량을 키워 회사 발전과 개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향토기업은 지역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망한다"= 김 사장은 지역기업과 지역주민의 끈끈한 밀착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우리회사는 임직원들만의 회사가 아니다. 지역민이 애정을 갖고 키워줘야 할 회사다. 다른 사람 누구도 아닌 `나의 기업`이라 여기고 예쁘게 봐 달라"고 읍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되짚어보면 이 회사가 `이제우린` 소주 가격을 올 한해 동결하고 한발 더 나아가 향후 10년 동안 판매되는 `이제우린` 소주 한 병당 5원씩 적립해 지역사랑 장학금을 기탁하겠다고 한 건 지역사회에 보내는 `하트 시그널`로 읽힌다. `전국구`로 통하는 주류업계 강자 하이트진로가 이달 1일 참이슬 가격을 6.45% 올린 1081.2원에 출고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원부자재 가격과 원가 상승 등 내건 명분이 하이트진로라는 업계 1위 업체의 부담만은 아니다.
김 사장은 "제조원가 상승은 맥키스컴퍼니를 포한한 전체 업계에 소주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서민의 술` 소주가 지역민과 동고동락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마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며 "당장 가격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이익 50억 원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를 지역민과 함께 헤쳐 나가는 게 지역경제 차원에서 더 의미 있다고 모든 임직원이 판단했다"고 가격 동결 배경을 밝혔다.
이어 "대전·세종·충남권 시·군에서 소비되는 `이제우린` 소주의 판매 적립금을 모아 각 지역 인재육성을 돕는 장학금 캠페인에 임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지역사회에 장학금으로 40억 원 이상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이 꺼내든 게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이다. 지역민이 `이제우린` 소주를 더 가까이 두고 소비해준다면 회사는 그 판매수익을 발판 삼아 지역민들을 위한 상생·환원 사업을 확대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역주민들이 식당이나 주점에서 `이제우린 주세요`라는 한 마디 말과 함께 이제우린 소주를 먹어주는 게 나비효과처럼 퍼져 지역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일부 주류 대기업처럼 막대한 홍보비를 투입해 시장을 선점하고 가격인상으로 비용을 상쇄하는 근시안적 마케팅보다 소박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은 `이제우린` 소주의 판매 신장과 시장점유율 상승이라는 맥키스컴퍼니의 지상과제 실천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아! 어머니`= 한 시간 넘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김 사장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이말 만은 기사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인과 1남 1녀를 건사한 50대 가장이기 전에 아들 김규식으로 남긴 사모곡(思母曲)을 그대로 전한다. "우리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우리 어머니는 나 하나 잘되길 바라고 계신다. 매일 절에 가서 살다시피 하신다. 어머니께 항상 감사드린다. 그런 어머니 생각해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해 왔다. 이 모든 게 다 어머니 덕이다." 대담=맹태훈 취재부장·정리=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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