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신임 사장 인터뷰

김규식 맥키스컴퍼니 대표. 사진=빈운용 기자
김규식 맥키스컴퍼니 대표. 사진=빈운용 기자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작동한다. 재화를 팔아 거둬들인 수입에서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을 빼면 이문이 남는다. 기업은 투입과 산출의 수학적 틈바구니에서 쟁투한다. 나가는 돈을 줄이고 이익은 곳간에 쌓아야 계속기업으로 살아남는다.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보장된 이익의 꽃길, 나머지는 손해를 무릅쓰는 가시밭길이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국면에 기업의 기본적 구동원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흐름을 거스르는 역선택은 그래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차곡차곡 챙겨놓은 이익을 풀어 함께 나눠먹자고 하니 그야말로 `착한 기업` 아닌가. 그럴싸한 명분을 들어 너도나도 물가인상 대열에 올라타는 마당에 소주 가격을 동결하고 소주 팔아 남는 돈으로 장학금까지 주겠다고 선언한 ㈜맥키스컴퍼니. 이 회사 회장은 매년 대전 대덕구에 있는 계족산 황톳길 까는데 돈을 들이 붓고, 사장은 좋은 일 더 벌리고 싶어서 `이제우린` 소주를 많이 팔아야 한다고 걱정이 한 보따리다.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요즘 `아름다운 회사`, `신뢰 기반의 착한 회사` 같은 `한가로운 소리` 하고 있는 김규식(51) 맥키스컴퍼니 사장을 13일 만났다. 이달 7일 신임 사장으로 취임해 마침 인터뷰 핑계가 생겼다.

◇"많이 벌어 더 많이 환원하고 싶다"= 김 사장이 꺼낸 화두다. 많이 와 많이 사이에 `지역사회`란 말이 녹아 있다. 맥키스컴퍼니는 1973년 8월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만든 `금관주조주식회사`에 이어 이듬해 5월 사명을 바꾼 `선양주조주식회사`가 뿌리다. 반백 년 가까운 47년 향토기업이다.

김 사장은 "지역기업 중 우리만큼 지역에 애정을 갖고 많은 후원·협찬을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소주 많이 팔아서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는 게 우리회사 임직원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에게 무작정 우리 제품 애용해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지속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다보면 시민들이 잘 한다고 칭찬해 줄 것이고, 그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하는 착한 기업,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회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도 했다.

맥키스컴퍼니는 2006년 조웅래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 해발 423m 계족산에 덤프트럭 100대 분량의 황토를 쏟아 부어 14.5㎞에 달하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환경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콜로지(ecology), 치유라는 뜻의 힐링(healing)을 결합한 맥키스컴퍼니의 자연주의 캠페인 `에코힐링(eco_healing)`의 브랜드 격이다.

맥키스컴퍼니는 계족산 황톳길에서 `계족산 맨발축제`와 `뻔뻔(funfun)한 클래식` 숲속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부드러운 황토를 밟으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계족산을 찾는 이들은 연간 100만 명으로 늘었고 계족산 맨발축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 3회 연속 선정, `5월에 꼭 가 볼만한 곳`, 여행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오른 힘이다. 겨울에 얼어붙었다 여름 호우에 쓸려 내려가는 이 황톳길을 유지하는데 매년 2000t 이상의 황토가 들어가고 부대비용을 합하면 1000원짜리 소주 팔아 남긴 `생돈` 10억 원이 깨진다.

한 기업의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치부하기엔 그 꾸준한 정성이 갸륵할 정도다. 김 사장은 "10여 년 쌓은 황톳길의 두께가 곧 지역사회에 헌신해온 우리 노력의 단면이자 시민들의 화답 아니겠느냐"며 "지역사회가 우리회사에 보내주는 그 두터운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했다.

◇사원 출신 최초 사장까지= 김 사장은 대전 태평초교, 대신중, 대전상고, 한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10월 ㈜선양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영업과 기획, 판촉, 기업문화 등 20년을 돌고 돌아 비서팀장을 하고 2011년 홍보마케팅실 실장(부장), 이듬해 기획조정실장(상무)으로 올라섰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40대 나이로 직장인의 별 `임원`을 단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맥키스컴퍼니 유통사업본부장(전무)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2016년 12월엔 회사 주력인 주류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이 됐고, 불과 2년여 지난 올해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맥키스컴퍼니 역사상 사원 출신 사장이라는 최초 기록의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30년 가까이 회사일 밖에 모른 채 집에서는 빵점짜리 가장으로 살아왔다"며 "조직의 단결된 힘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이어 "앞으로 후배들 중 임원도 나와야 하고 나중엔 사장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면서 "평생 고락을 같이 해온 후배들이 제 역량을 키워 회사 발전과 개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향토기업은 지역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망한다"= 김 사장은 지역기업과 지역주민의 끈끈한 밀착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우리회사는 임직원들만의 회사가 아니다. 지역민이 애정을 갖고 키워줘야 할 회사다. 다른 사람 누구도 아닌 `나의 기업`이라 여기고 예쁘게 봐 달라"고 읍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되짚어보면 이 회사가 `이제우린` 소주 가격을 올 한해 동결하고 한발 더 나아가 향후 10년 동안 판매되는 `이제우린` 소주 한 병당 5원씩 적립해 지역사랑 장학금을 기탁하겠다고 한 건 지역사회에 보내는 `하트 시그널`로 읽힌다. `전국구`로 통하는 주류업계 강자 하이트진로가 이달 1일 참이슬 가격을 6.45% 올린 1081.2원에 출고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원부자재 가격과 원가 상승 등 내건 명분이 하이트진로라는 업계 1위 업체의 부담만은 아니다.

김 사장은 "제조원가 상승은 맥키스컴퍼니를 포한한 전체 업계에 소주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서민의 술` 소주가 지역민과 동고동락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마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며 "당장 가격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이익 50억 원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를 지역민과 함께 헤쳐 나가는 게 지역경제 차원에서 더 의미 있다고 모든 임직원이 판단했다"고 가격 동결 배경을 밝혔다.

이어 "대전·세종·충남권 시·군에서 소비되는 `이제우린` 소주의 판매 적립금을 모아 각 지역 인재육성을 돕는 장학금 캠페인에 임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지역사회에 장학금으로 40억 원 이상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이 꺼내든 게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이다. 지역민이 `이제우린` 소주를 더 가까이 두고 소비해준다면 회사는 그 판매수익을 발판 삼아 지역민들을 위한 상생·환원 사업을 확대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역주민들이 식당이나 주점에서 `이제우린 주세요`라는 한 마디 말과 함께 이제우린 소주를 먹어주는 게 나비효과처럼 퍼져 지역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일부 주류 대기업처럼 막대한 홍보비를 투입해 시장을 선점하고 가격인상으로 비용을 상쇄하는 근시안적 마케팅보다 소박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우린 주세요` 캠페인은 `이제우린` 소주의 판매 신장과 시장점유율 상승이라는 맥키스컴퍼니의 지상과제 실천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아! 어머니`= 한 시간 넘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김 사장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이말 만은 기사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인과 1남 1녀를 건사한 50대 가장이기 전에 아들 김규식으로 남긴 사모곡(思母曲)을 그대로 전한다. "우리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우리 어머니는 나 하나 잘되길 바라고 계신다. 매일 절에 가서 살다시피 하신다. 어머니께 항상 감사드린다. 그런 어머니 생각해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해 왔다. 이 모든 게 다 어머니 덕이다." 대담=맹태훈 취재부장·정리=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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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 맥키스컴퍼니 대표. 사진=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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