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리프킨은 2001년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소유보다는 체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행태의 흐름을 접속 또는 접근의 시대라고 명명하고 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문화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소유자 또는 공급자와 이의 수요자인 소비자를 쉽고 빠르게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소유보다는 실용성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문화가 우리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개인 소유의 주거공간이나 승용물을 일시적인 수요가 있는 소비자와 함께 사용하거나 단기 임대해주는 공유경제가 그 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자이다.

최근에는 구독경제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신문이나 잡지처럼 정기 구독료를 지불하면 매월 다른 상품이 배달되거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화와 같은 디지털콘텐츠 스트리밍, 그림, 꽃, 전통주와 같은 품목 뿐만 아니라 차종을 교체할 수 있는 차량 구독 프로그램도 출시되었다. 품목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맞춤형 설명이나 추천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시장에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소비자 이용이 확대되면서 제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는 승차나 숙박 공유에서와 같이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생계와 연계된 문제일 수 있어 이해되는 면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이 묻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는 그 특성상 집단화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와 기술 중심의 디지털 경제에서 소비자가 경험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 곧 소비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시장을 규율하는 제도는 이러한 경제 구성원들의 규범이나 가치체계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창출되기 어려운 구조는 시장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플랫폼과 같이 서비스기반이 국제화되어 있을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올바른 인식, 이것이 시장 갈등을 조정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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