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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춤추는 할머니들

2019-05-13기사 편집 2019-05-13 08: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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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춤추는 일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우리나라 시골 할머니들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동영상을 기사로 올렸다. 전남 강진 대구초등학교에 입학한 70세가 넘으신 할머니들이 춤추는 장면부터 나온다. 이 학교는 올해 개교 96년을 맞는 오래된 학교인데 출산율 감소로 올해 입학할 어린 학생이 한 명도 없어 폐교 위기에 몰렸다. 고심 끝에 교장선생님은 배움에 한이 맺힌 할머니들을 떠올렸고 이 분들을 초등학교 신입생으로 모셔와 입학식을 한 것이다.

올해 70세인 황월금 할머니는 60년 전 동네친구들이 학교로 뛰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나무 뒤에 숨어서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들이 읽고 쓰기를 배우는 동안 나는 돼지 키우고 땔감을 모았다. 어린 형제를 돌보는 게 내 몫이었다." 당시는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하던 시절이라 아들은 학교에 보내고 딸은 집안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누나가 남동생 공부 뒷바라지를 하고 여동생이 오빠 학비를 뒷바라지하는 일도 흔했다.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삼키고 한으로 남을 일들이었다.

한때 뽀빠이 이상용씨가 진행하는 농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나오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새벽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시골 모습을 보면서 고향 생각도 나고, 부모님 생각도 불러 일으켜서 인지 시청률이 꽤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어르신들의 한이 일상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들이 가장 한이 맺힌다고 털어 놓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째가 가난과 배고픔, 둘째가 학교에 가지못한 것, 셋째가 남편이 바람 펴서 속 썩인 것이다. 유의할 것은 '남편이 바람 펴서 속 썩인 것 보다 친구들이 가는 학교에 가지 못한 게 더 한이 된다.'라는 점이다. 인간은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다. 배워야 우주가 넓어진다.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너도 나도 배워서 성장하고 발전하겠다는데 집안일 돕느라고 학교를 못 갔으니 평생 가슴에 한이 맺힌 것이다. 여섯 명 자녀를 모두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시킨 한 할머니는 다른 엄마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없어서 늘 괴로웠다고 말씀하신다. 이제 글을 배워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는 게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빵만이 복지가 아니다. 최상의 복지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에서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는 동안 집안 뒷바라지 하느라 학교 가는 대신 밭에서 일하고 공장에서 일한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운명을 바꾼다. 교육은 개인의 운명을 바꾸고 가정의 운명을 바꾸고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그래서 교육 받을 권리와 기회는 국민의 기본권인 것이다. 세상은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문명에 도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느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 뒤안길에 또 다른 숨은 희생자가 없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입학식 날 울었다. 이게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일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황 할머니의 감격 어린 입학식 소감이다.

오월은 가정의 날도 있고 스승의 날도 있다. 남들이 자기가 존경하는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 조차 부러움이 되고 한이 된 할머니들이 우리 주위에 계셨던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 일흔 살이 넘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춤추는 할머니들의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이 신나는 춤은 계속되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한글도 익히고 지식을 넓혀서 더 행복한 삶을 찾았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으로 자녀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6년 뒤 졸업식에서 감격의 춤을 추는 할머니들의 기사가 다시 나오면 함께 춤을 추고 싶다. 할머니들의 신나는 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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