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펼쳐보았던 일간지에, 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희망 잃은 기업들….` 내용을 보아하니, 기업의 파산신청이 회생신청 수를 역전했다는 기사였다. 경영악화 끝에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 서는 기업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면 일정 기간 빚을 갚되 나머지 채무는 면제 받아 사업을 이어갈 수는 있는데, 이마저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1999년 법원이 관련 자료를 파악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2017년도부터 지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문제, 기업 간 과당경쟁, 급변하는 기업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기업이 한계상황에 부딪쳐 경영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기업인으로서 체감하던 것들을 통계로 접하고 나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기업은 그동안 국내 경제성장의 화려한 영광을 이끌어왔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출발한 한국경제는 산업화 이전 1960년 당시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79불에 불과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의 호황에 힘입어 1인당 GDP 3만 달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뤄냈다. 세계는 이를 기적이라 일컬었다. 그러나 급성장 이후 기업 환경은 이전과의 양상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먼저 GDP 3만 달러를 달성하고 역성장에 허덕인 이탈리아처럼, 여러 선진국들은 더 큰 성장의 갈림길에 크고 작은 부침을 겪어 왔다. 노키아와 코닥과 같이 끊임없는 혁신의 홍수 속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었고, 노사 간 갈등, 실업률, 해외 이전, 무역 갈등 등 대내외의 다양한 문제로 기업의 환부는 더욱 커져만 갔다.

경제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산업구조는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국가경제에 해법을 제시할 단 하나의 키(Key)는 `기업`이 쥐고 있다. 기업이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위해 도전할 수 있을 때, 역성장(繹成章)을 올바른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파산과 회생의 갈림길에서 심기일전하여 회생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절실할 때다.

경제가 침체될수록, 이상(理想)은 분명, 실패를 감내하고 거듭된 도전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은 혁신보다 효율을 앞세워 돌다리만을 두들기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투자를 아껴가며 현금유보율을 높이고 있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창업 붐은 아련한 추억이 된지 오래다.

기업도 작금의 상황에 항변할만한 이유는 존재한다. 불투명한 미래에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지, 투자는 어불성설이라 한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날로 커져가면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사람을 못 구할 지경인데, 연구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과 국가, 문화와 제도 등 사회전반적인 변화가 절실한, 총체적인 문제다. 실패에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도전하는 기업이 응원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사업이 돈이 되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아닌 `이 사업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젊은 사업가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우주로부터 정해진 `시간`을 인간이 만든 `시계바늘`로 측정할 수 있듯이, 기업은 인간사(人間事), 세상만사(世上萬事)를 이롭게 바꿔왔다. 흥망성쇠의 부침은 존재하겠지만, 기업이 가는 도전의 길 만큼은 끊임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 내일의 혁신을 꿈꿀 수 있는 이 한마디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때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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