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찾은 충남대 인근 어린이공원내 흔들놀이기구가 오랜기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듯 이물질로 뒤덮혀 검은색으로 변해 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지난 2일 찾은 충남대 인근 어린이공원내 흔들놀이기구가 오랜기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듯 이물질로 뒤덮혀 검은색으로 변해 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12일 둘러본 대전 지역 일부 공공어린이공원내 놀이기구는 오랜 기간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서구 갈마동 주택가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은 놀이기구 주변 등 아이들의 활동 반경 곳곳에서 동물의 배변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공원을 둘러 보는 동안에도 반려견의 배변을 수거하지 않고 산책을 계속하는 주민을 볼 수 있었다. 바닥에 깔린 모래에서는 담배 꽁초, 페트병 등 쓰레기도 보였다. 공원 입구에 설치된 반려견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거나 오물 또는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였다.

유성구 충남대 인근 어린이공원 2곳은 어린이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듯 했다. 지난 2일 찾은 이 대학 쪽문에 위치한 첫번째 공원은 모래 대신 우레탄으로 바닥을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니 벤치는 물론 바닥에는 각종 쓰레기와 깨진 유리병 파편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청결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놀다가 유리조각 위로 넘어지거나 잘못 만지기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또 점심시간이 되자 충남대 학생들이 몰려와 아이들이 이용하는 흔들놀이기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아무대나 버리고 가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공원을 청소하던 상가발전회 일원 A(55)씨는 "점심시간이면 이곳에 학생들이 700명 정도 오고 간다"며 "그들이 와서 피우고 버리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공원에 가득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궁동 주택가에 위치한 어린이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곳은 그네와 미끄럼틀, 철봉 등 놀이기구가 있어 주말이면 부모와 함께 맞은편 성당을 찾은 어린이들이 노는 곳이지만 놀이기구의 위생상태는 엉망이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철봉은 군데군데 녹이 슬었으며, 미끄럼틀까지 올라가는 손잡이는 이물질이 끼어 있어 맨손으로 잡기가 힘들었다. 흰색과 녹색이 섞인 흔들놀이기구는 그동안 관리가 전혀 안 된 듯 이물질로 뒤덮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네 손잡이도 표면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 공원 또한 치워지지 않은 동물의 배변이 곳곳에서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당에서 만난 학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성당에 오는 날이면 공원에서 놀게 했는데 위생상태가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알았다면 놀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구는 지난 2일 어린이공원 위생상태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공원의 놀이기구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이날 다시 찾은 공원은 전보다 한결 깔끔해 보였지만 일부 놀이기구의 위생상태는 여전해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모래 속 기생충란에 의한 피해사례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보고가 안 됐을 뿐이지 주변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도 있다"며 "모래 소독 횟수를 늘리기 어렵다면 아이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 만큼이라도 천막 같은 걸로 모래를 덮어 두는 등 관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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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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