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되는 문제 질문하는 습관 길러야

고등학교 시절 문득 공부 잘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필자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은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에 비해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확인했다. 역시 가장 큰 차이는 수업 태도였다.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수업을 듣지 않고 해당 내용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1시간 수업을 스스로 학습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그 후로는 수업시간에 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 수업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다. 이 때 질문을 통해 의문을 해결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질문하는 학생의 성적이 좋다. 모르는 것을 그대로 두고 수업을 듣다 보면 점차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이 많아지면서 수업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필자가 가르친 학생 중에 수능 만점자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질문이다. 수업시간에 너무 질문이 많아서 친구들이 눈치를 줄 정도였다.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미뤄보면 이해력이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학생은 질문을 통해 개인 과외를 받듯이 맞춤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이 수능 만점의 비법이다. 이후로 필자는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과 함께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열심히 공부했지만 줄 곧 성적이 떨어진 어느 학생이 3학년 여름방학 때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 물었다. 그 학생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문을 가지고 매일 교무실을 찾아오라고 조언해 줬다.

그 학생이 처음 질문한 내용은 마찰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마찰력은 매년 수능에 나오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마찰력과 관련된 문제를 들고 왔다. 어제는 이해한 듯 싶었는데 오늘 보니 문제가 안 풀린다는 것이다. 학생이 무엇을 혼동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자세히 이해시켜줬다. 다음날 질문도 역시 마찰력이었다. 다행인 것은 지난번보다 어려운 문제였다. 한 번 더 풀이해줬을 때 학생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은 이틀이나 더 마찰력을 물었다. 5일 동안 마찰력만 질문한 것이다. 5일 째가 돼서야 학생은 `이제 마찰력과 관련된 어떤 문제가 나와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갔다. 마찰력이라는 지식뿐만 아니라 질문을 통해 제대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이 학생은 100여 일 동안 90점 넘게 성적을 향상시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수업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선행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행을 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도록 너무 빠르게 가르친다고 선생님을 탓하는 학생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해가 하지 못하면서도 질문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똑같은 내용을 학교에서 한 번 더 배우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그 시간의 반에 반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질문하는 데 써보길 바란다.

한 번은 성적을 올려보겠다고 필자를 찾아온 학생에게 동아리 활동을 추천해 준 적이 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질문을 못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방법도 익히고 리더십도 기르면서 질문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겨울 방학 때 사교육 받겠다는 것을 말렸고 EBS 방송을 보면서 예습하겠다고 하는 것도 말렸다. 1학년 때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질문할 수 있는 성격을 완성시키는 데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질문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2학년 1학기에 해당계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은 커다란 돌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힘은 힘대로 들고 효과도 매우 미비하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재미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돌을 치워야 한다. 질문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필요하면 성격을 바꾸는 노력을 해서라도 질문을 통해 수업의 주인이 돼보자. 김종헌 대전과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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