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국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건 청와대도 인정한다. 고용 참사에 이어 경상수지흑자마저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어든 상황이고 보면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게 사실이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 속에 대북 정책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해법을 찾는 게 절실하다.

취임 초반 낮은 자세로 국민은 물론 언론·정치권과 소탈하게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기대감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나 탈(脫)원전 정책 등에서 보듯 일방 독주로 국민 눈높이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 지 돌아볼 일이다. 최근 사회원로와의 대화에서도 `중단 없는 적폐청산`을 선언해 고언과 충고를 흘려 듣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취임 3년차로 가고 있는 만큼 경청과 소통의 정신을 구현하는 게 급선무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마이웨이식 정책 추진은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만 하더라도 일자리 감소와 소득양극화 확대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나서는 게 먼저다. 고용과 투자·생산·수출·민간소비 등의 모든 경제 지표가 최악인 데 글로벌 경제 여건을 탓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치 분야로 시야를 넓히면 더 답답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 여의도 정치는 실종됐다. 민생을 보듬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앞장 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야당을 적폐 대상으로 규정해 몰아붙일 게 아니라 협치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1년도 남지 않은 총선 시계추가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경제도, 민생도 돌이키기 힘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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