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국 상황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여파로 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강 대 강(强對强)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일부 정치인이 `우리나라 특수한 사정` `농어촌 지역 보강` `지역 유권자들 걱정` 등의 구실로 의원수 확대를 위해 바람을 잡는 모습은 연출하고 있다. 저마다 사정이 왜 없을까마는 이런 행태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뿐더러 몰염치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골간인 선거법 개정안은 한국당을 뺀 민주당 등 4당 합작품이다. 의원 정수 300명을 고정 값으로 묶은 상태에서 지역구수는 225석으로 줄이고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으로 상향조정했다. 현 선거법상 지역구수 253석에서 28석이 빠지는 것으로, 만일 개정 선거법에 의해 선거를 치를 경우 지역구 통폐합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아무래도 대도시권 보다 농어촌 지역에 미치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현역 의원들 간 사활적인 경쟁을 불어올 것이고 그런 내년의 총선 출혈을 생각할 때 지방 출신 정치인들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여론은 반감이 월등하다. 국회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고 그런데도 의원 정수를 늘리고 싶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몇 몇 민주당 인사들이 어제 의원 정수 확대 주장에 대해 `부동의` 뜻을 밝히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는데 당연하다.

선거법 개정안 합의를 주도한 정파에 속한 인사들이 의원 정수 확대 문제에 군불을 지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일 이 개정안에 의원 정수를 수십명 쯤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면 패스트 트랙 근처에 가도록 국민여론이 얌전하게 있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금은 협치와 소통을 통한 국회 권능 정상화가 제1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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