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기자
문승현 기자
야간 산불 상황근무를 서던 산림청 소속 50대 공무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올해 유례없는 대형 산불로 뜨거운 봄날을 꼬박 지새운 산림청이 동료를 떠나보낸 슬픔에 깊이 침잠하고 있다.

7일 0시 35분쯤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산림청사 15층 중앙산림재난상황실에서 김종길(54) 사무관이 근무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 직원이 심폐소생술로 응급조처하고 119에 신고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0분 뒤인 오전 1시 5분께 숨을 거뒀다.

산림청은 지난 3월 산불과 산사태 등을 전담하는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을 신설해 2인1조 24시간 3교대로 상황근무를 돌려왔다. 김 사무관은 전날 오전 8시 30분 출근 이후 16시간 만에 쓰러진 것이다.

김 사무관이 의식을 잃은 이날 전국적으로 산불 10건과 산불 외 화재출동 6건 등 모두 16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산림청 한 공무원은 "여러 건의 산불이 발생하면 상황근무자는 부모 부음 소식이 아닌 이상 사적인 전화는 받을 여력이 없다"고 표현했다.

1991년 9급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무관은 숨지기 전까지 28년 동안 산림청에서 근무하며 여러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3년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김 사무관은 2015년 11월부터 산불방지과에서 근무했다. 산림보호국 내 산불방지과는 말 그대로 산불재해 방지와 대응을 위한 최일선 부서다.

중앙산림재난상황실 설치와 함께 인력 7명이 충원되기 전에는 산불방지과 직원 10명이 주간에 행정업무를 보고 2명씩 돌아가면서 매일 야간 산불근무까지 섰다. 4월초 강원지역 일원을 덮친 초대형 산불이 터졌을 때는 전 직원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중앙산림재난상황실 신설 당시 20명은 증원돼야 한다고 관계부처에 의견을 피력했지만 절반도 안 되는 7명에 그쳤다고 울분을 토하는 분위기가 그래서 감지된다.

산림청 소속 모든 공무원은 이날 숨진 김 사무관을 애도하며 `근조`(謹弔) 리본을 단 채 근무 중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김 사무관은 부인과 20대 두 아들을 남겼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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