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선 방송작가
황희선 방송작가
내 직업은 방송작가다. 아마, 방송작가라고 하면 대부분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선정하고, 기획안을 쓰고, 방송대상자를 섭외해 촬영 구성안을 짜며, 방송 원고를 쓰는 일까지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이중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굳이 순위를 정한다면 당연히 `섭외`라 말하고 싶다. 그것은 막연한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방송에 입문했을 때도, 15년이 흐른 지금도 내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바로 `섭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니라 자부할 수 있다. 오죽하면 방송가에서는 `섭외가 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방송국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 좀…."

물론 그렇게 시작되는 섭외는 쉽게 성공하는 날도 있지만, 실패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님이 저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시는데 직접 출연하시면 어때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동안 나는 내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을 때 상대가 마음을 연다고 생각하며 주절주절 내 이야기만 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그게 참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날 이후 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일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됐다.

그런데 우리 일상의 관계맺음도 `방송 섭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요즘의 우리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혼밥, 혼영, 혼술...` 혼자 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 시대상을 반영하듯 `나 혼자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의 싱글라이프 관찰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단순히 보면 누군가와 부대끼며 마음을 나누는 것보다 `혼자`가 좋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결국 우리가 말하는 `혼자` 속에도 그것을 존중해주기 위해 공감해주고, 지지하며 지켜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세상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얻기 위해 수화기를 든다. 혹, 필자의 이야기가 공감 되었다면, 오늘은 마음의 오지랖을 넓혀 당신도 수화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황희선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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