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예를 들어 `침 맞아도 효과가 없네요.`, `침 자주 맞으면 기운 빠져서 안 된데요.`, `침 때문에 다른데 아픈 곳이 생겼어요.` 등이다. 이런 부정적인 말을 하는 분들도 있고, 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침은 원래 한방만 맞아도 낫는다고 하더라.`, `기운이 나게 침 좀 놓아주세요.`, `병원에서 수술하라는데 침으로 나을 수 있죠?`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한의원에서 치료도구로 사용하는 `침`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고 침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침의 기원을 살펴보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침에 대해 나온 내용을 보면 `침은 석기시대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오래된 침구(鍼具)는 폄석인데, 이것은 돌이나 옥을 갈아서 송곳이나 쐐기 모양으로 작게 만들었다. 이러한 폄석은 피부를 자극하거나 얕게 찔러 피를 내거나 고름을 짜내는 데 쓰였다`라고 적혀있다. 또한 한의학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에 의하면 `남방은 날씨가 따뜻해 만물이 잘 자라며 많은 저습지가 있어 안개와 이슬이 많은 곳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신 과일과 발효시킨 음식을 좋아하여 피부가 곱고 붉으며, 저려오는 병(痺病)이 많아서 그 치료는 마땅히 미침으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9침(九鍼)은 남방에서 전하여 온 것이다.`라고 미침의 유래를 설명했다. 즉, 침은 주로 외과용 도구나 신체의 기능적 병변을 치료하는데 이용됐다.

이제 침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풀어보자. 첫 번째 `기운이 나게 침 좀 놓아주세요.`는 옳은 말일까? 침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침은 신체의 기능적 병변을 치료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순환이 잘 안되거나 뭉친 기운을 풀어주면 일시적으로 몸이 가벼울 순 있어도 우리 몸에 그 어떤 무언가를 넣어줄 수 없기 때문에 기운이 새롭게 솟아나게 하진 못한다. 두 번째 `침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역시 정답은 아니다. 간혹 환자들이 한약의 복용을 피하며 침으로 모든 병을 치료를 해주기를 바라지만, 침은 기능적 병변을 치료하는 도구일 뿐, 우리 몸의 기질적 문제(암, 염증, 궤양, 골절, 허증, 오장육부의 기질적 병변 등)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 치료만으로는 부족하고 한약 치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감기에 걸려서 근육통이 있을 때 우선적으로 약을 먹으려 하지 물리치료만 받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 번째 `침 맞고 나니 다른 곳이 아파졌어요.` 역시 잘못된 이야기다. 원래 A, B 두 곳이 아팠지만, A가 더 아파 B를 느끼지 못하다가 A가 나아지면서 B를 느끼게 된 것이지 침 때문에 멀쩡했던 다른 곳이 아프거나 하진 않는다. 네 번째 `침 맞은 날은 샤워하면 안 되죠?` 역시 대답은 `아니다`이다. 과거에는 침의 굵기가 지금보다 굵어 침 맞은 자리로 세균 감염의 위험이 컸지만, 지금은 침이 매우 얇아져서 침 맞은 자리의 피부 회복 속도가 빠르고 멸균된 일회용 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침 맞고 2시간 정도 지난 뒤에 가벼운 샤워는 가능하다. 다만,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은 가능하면 침 맞은 당일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박정용 천수당한의원 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