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건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북이 동해안으로 쏘아 올린 전술유도무기는 러시아에서 운용 중인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거의 똑같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지난해 2월 건군절 열병식 때 공개한 것과 동일한 신형무기로 예고된 도발이나 마찬가지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이후 18개월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

더구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참관 사진을 공개해 국제사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탄도미사일일 경우 유엔결의 위반으로 제재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단거리`를 선택해 추가 제재를 피해가고자 꼼수를 더했다.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향후 전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자는 포석으로 보인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내부 결속까지 감안한 듯 하다.

대화 국면이 얼어붙지 않은 건 일단 다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 미사일 발사에 맞대응을 자제하는 양상이다. "김정은이 내게 한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거나 "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라며 회유 모드를 유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해 평화적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로서는 북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의 도발을 애써 외면한 듯한 행보를 보여 우려스럽다.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사일 대신 발사체에 방점을 두는가 하면 대책 회의도 외교안보라인을 망라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대신 긴급회의로 격을 낮췄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 비핵화에 대한 북의 속내가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감싸기가 능사가 아님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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