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 목수아카데미 원장이 목조주택 모형을 들고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김석범 목수아카데미 원장이 목조주택 모형을 들고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으로 `내가 살 집은 내 손으로 지어보고 싶다`는 꿈에 부풀기도 한다.

대전 동구 인동에 가면 이런 막연한 바람을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목공일에 한창인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위탁교육기관으로 경량목조주택의 기초를 가르치는 `목수아카데미`다.

경량목조주택은 전원주택을 떠올리면 쉽다. 환경친화적인 건축용 목자재를 사용하고 화재에 안전하며 냉난방이 효율적이다. 공간경제성과 내구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목수아카데미 교육과정은 크게 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재직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근로자직업능력개발훈련 등 2가지로 나뉜다.

각각 일정한 자격기준을 충족하고 지역고용센터 상담과정도 거쳐야 수강할 수 있다. 국가기간전략산업 주중과정(월-금요일)은 4개월 동안 640시간, 근로자직업능력개발훈련 주말과정(토-일요일)은 같은 기간 256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현재 실업자 11기, 재직자 14기 과정이 진행 중이며 2014년 3월 설립 이후 900여 명의 교육생이 배출됐다.

목수아카데미의 주력은 경량목조주택 시공이다. 수공구나 전동공구 쓰는 방법부터 벽체 골조 및 지붕 서까래 계산·시공, 옥내 배선·설비 등 이론을 배우고 목조주택 축소모형 골조 제작에 이어 실제 이동식 목조주택(20㎡)을 시공해 본다.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면 건축현장의 목수로 취업 또는 전업할 수 있고 자신의 집을 손수 짓는 최소한의 기술을 습득하는 수준에 이른다.

목수아카데미를 설립한 김석범(57) 원장은 "지금까지 수료생 중 10여 명이 실제 자기 집을 지어 살고 있고 상당 수는 현장목수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목조주택 시공교육을 받기 전에는 기본만 알면 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배우면 배울수록 만만치 않다는 걸 교육생들이 체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수아카데미는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실업자 재취업훈련을 제공하는 일종의 `평생교육학원`이자 `사립학교` 성격을 띠고 있지만 공익적 가치에도 주목한다.

지난 4월 강원도민들의 창작과 창업활동을 돕고자 출범한 `강원메이커창작소`에 목수아카데미 교육생들이 지어올린 2500만 원 상당의 이동식 목조주택 한 채를 기증한 것이다.

20년 가까이 교편을 잡은 김 원장이 강원지역 일원 전·현직 교사들로 이뤄진 강원메이커창작소의 사회적 의미에 공감해 기증을 결정했다.

김 원장은 "그간 목수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제2, 제3의 삶을 시작하려는 수많은 중장년층과 새로운 길을 준비 중인 젊은이들을 만났다"며 "그런 사람들이 우리 아카데미 교육 지원을 받아 또 다른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내손으로 지은 집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더 체계화하는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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