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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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차관급 외청에서 장관급 독립부처로 체급을 올린 중소벤처기업부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세종시 이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업무효율을 고려해 정부 관계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조직 내부 여론이 팽배하지만, 1998년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정부대전청사에 터를 잡아 지역 민심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중소기업청의 출발부터 중기벤처부 승격까지 지난 20여 년을 지켜봐온 지역 경제계와 중소기업인들은 잊힐 만 하면 나오는 이전설에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기벤처부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두 달 뒤 이뤄진 조직 개편을 통해 7국·관, 31과의 중소기업청에서 1차관, 4실, 13국·관, 41과 체제로 몸집을 불렸다. 인력도 70여 명 충원돼 전체 450여 명이 대전청사에서 근무 중이다.

세종 이전설은 이때부터 관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부(部)로 격상되면서 타 부처와 직접 조율할 사안이 늘었고 협업 분야도 증가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려면 세종으로 가야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중기벤처부 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도 직원 68.6%가 세종 이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종행 이슈는 홍종학 초대장관 재임기간 탄력을 받지 못하다 사그라들었고 다시 불을 댕긴 건 박영선 장관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중기벤처부 세종 이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벤처부 한 관계자는 "우리부 세종 이전에 대해 신임 장관이 의제를 띄운 수준이며 정식 안건으로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요즘 같은 예산철에는 각 부처 공무원들이 기획재정부가 있는 세종청사에 상주하다시피 하는데 우리부는 왕복 2시간 걸리는 세종으로 출장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을 반복해야 해 직원들이 피로감과 업무 비효율을 호소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달 30일 박 장관을 만나 "대전에 있는 중기벤처부가 장관 취임 때마다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대전과 함께 성장해온 중기벤처부가 대전에 남아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면담은 신임 장관과 대전시장의 통상적인 상견례라고 시는 설명하지만 중기벤처부 이전의 불씨가 되살아나기 전에 논의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사전단속`으로 풀이된다.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 인구가 세종으로 급속히 유입되며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 또는 `빨대론`마저 제기되는 마당에 중기벤처부 세종 이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대전시 역시 시세(市勢) 위축을 우려하는 여론의 거센 질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중기벤처부가 대덕특구 등 과학 인프라와 연계된 정부출연연·연구소·벤처기업이 밀집돼 있는 대전을 떠나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조성된 세종으로 이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향후 이전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면 정치권과 연대하는 등 강력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계에서도 중기벤처부 이전설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벤처부로 승격됐을 때만 해도 체계적인 지원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기업인들의 기대가 컸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세종 이전을 말하기 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부터 헤아리고 약속한대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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