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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비한 해양지식] 해양생태계교란생물 제1호, 유령멍게

2019-05-02기사 편집 2019-05-02 08: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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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인공구조물 하부면에 밀생하는 유령멍게
최근 미국 북서부 해안가에서는 떠내려 온 해양 파편들(marine debris)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들 대부분은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토호쿠지방 태평양해역지진) 쓰나미에 휩쓸려 생겨난 것들로, 일본에서부터 태평양 반대쪽까지 7천여 킬로미터를 무려 8년에 걸쳐 이동해왔다. 현재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은 쓰레기에 탑승해 신대륙에 막 도착한 승객들, 바로 히치하이커(무임승차자) 생물들이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은 기존 주민들과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어쩌면 동네 전체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해양생물은 대표적인 히치하이커, 유령멍게(Ciona robusta)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멍게들(우렁쉥이, 미더덕, 오만둥이)처럼 수심 1-30m이내의 암반 기질에 부착해 살아가는 이 생물은 반투명하고 하늘거리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히는 해적생물로서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도 높은 밀도의 서식과 급격한 서식지 확장이 확인돼 2017년에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되었지만(해양수산부, 현재1종),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존재이다.

유령멍게는 주로 해안 인공구조물이나 양식시설 표면에 고밀도로 번성해 주변 생태계와 양식산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높은 경쟁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생물들의 공간을 빼앗고, 유생과 먹이를 남김 없이 섭취하며, 선박이나 어구 시설에도 잔뜩 부착해 어업 효율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들이 지역 내 생물상 전체를 변화시키고, 해양생물다양성을 감소시켜 다음 외래종의 유입을 촉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번성한 유령멍게들은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재 유령멍게의 분포지역은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오세아니아, 남아프리카 등지의 항구 및 양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15세기부터 활발해진 해상무역 과정에서 목재 선박의 표면에 부착해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들이 확산되는 새로운 경로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주목받고있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잔해들은, 목재와 같은 자연 소재들보다 오랜 기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훨씬 강력한 운송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해양수온의 상승으로 유령멍게가 일년 내내 생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대규모 연안개발로 인한 인공구조물 증가 역시 이들의 대규모 번성과 확산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이러한 변화로 생태계에 대한 유령멍게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있다.

유령멍게는 현재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유일한 종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해양생태계의 여러 상황들(외래종의 유입, 해수온상승과 기후변화, 연안개발, 해양오염, 해양플라스틱)과 복합적으로 관계된 상징적인 해양생물이다. 앞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은 유령멍게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국내 해양생태계의 변화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건강한 국가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창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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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유해교란생물 모니터링 플레이트에 부착한 유령멍게

첨부사진3실험중인 유령멍게 성체 모습 (입수공 출수공으로 물을 통과시켜 유기물 섭취)

첨부사진4이창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