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낼 수 있을까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낼 수 있을까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낼 수 있을까
놈 촘스키 지음/ 열린책들/ 296쪽/ 1만 5000원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 과학자, 역사가, 정치 운동가, 그리고 사회 비평가인 촘스키는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다.

이 책은 1969년부터 2013년까지 학회 및 대학교 강연과 잡지, 신문에 기고한 시론을 한데 묶었다. 촘스키는 전쟁, 테러,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각각의 글을 짧게는 20쪽 미만에서 길게는 50여 쪽에 이를 정도로 간결하고 담백하다.

이 책의 원 제목은 `인류의 주인공들(Masters of Mankind)`다.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글은 촘스키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준다.

촘스키는 `보편성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근본적이고 지배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도덕률은 보편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보편성의 원칙은 타인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정확히 같은 것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사회의 틀을 형성하는 도덕적·법률적 기준은 인류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편성의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곳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강대국은 폭력을 빌미로 다른 더 큰 폭력을 휘두르고, 권력자들은 대의를 핑계로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넘어서는 특권을 누린다.

촘스키는 소위 교육받은 엘리트층이 보편성 원칙을 무시하는 한 인류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촘스키는 인류의 주인을 되묻는다. 인류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그들은 그 소임을 잘 이행해왔을까.

인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하고 당면한 문제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시대 정신의 이해와 그에 대한 합리적 비판에 천착해 온 촘스키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에게 책임과 용기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인류의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지식인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하는 것`에 매진하고 비합리적 사회 구조에 맞서 법률 의식과 도덕률을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류의 주인을 자처하는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는 지식인이나 오만함과 가식과 악의를 가면 뒤에 숨긴 지도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촘스키가 비판 대상으로 삼는 강대국과 권력자, 재계와 학계는 항상 `예외적인` 위치에서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들의 온갖 핑계와 자기 합리화는 결국 진짜 주인이어야 할 대부분의 국가와 시민들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작용한다. 전쟁, 권력의 불평등, 거짓으로 점철되는 삶은 결국 인류 전체의 몫이다. 인류의 안녕과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 및 결과가 종국에는 자기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인류 주인들이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형태야말로 촘스키가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하는 핵심이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