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예신형 지음/ 부키/ 240쪽/ 1만 4000원

"레고가 잘못됐어. 여자인데 파란색 바지를 입었어. 여자는 핑크, 남자는 파랑인데."

어느 주말 오후, 딸 아이와 레고를 갖고 놀다가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딸아이 율교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걸까. 벌써부터 아이의 머릿 속에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이 들어 앉았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 저자는 쇼핑센터로 나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를 사입는다.

자신의 상식과 다른 아빠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에게 저자는 어떻게 해야 `자신다움`을 찾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을 가장 쉽게 설명할 방법엔 무엇이 있을 지 고심한다.

그 때 저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혼자서 타고 스스로 방향과 속도를 정해야 하며, 한 번 배우면 절대 잊히지 않는 `자전거 타기`였다.

저자는 선언하 듯 딸에게 "자전거를 타자"고 외친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단순한 원리지만, 균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저자는 딸에게 자전거 타기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자전거 탈 줄 모르면 어때. 일단 타보자.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안장에 올라앉아 한쪽 발을 페달에 얹어. 나머지 발로 땅바닥을 힘껏 밀어서 자전거를 출발시킨 뒤에, 다른 발을 맞은 편 페달에 얹고 마구 밟아 주면 돼. 쉬울 거 같지? 근데 미안, 그리 쉽지만은 않을거야. `시작하는 모든 것`마다 너에게 가슴 설레면서도 고통스러운 두려움들이 다가올거야.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야. 네가 `여자로서 시작하는 모든 것`은 너에게 더 큰 고통과 인내를 강요할지도 몰라."

저자는 딸과 함께 자전거를 고르는 날부터 아이가 두발 자전거를 스스로 타게 되는 날까지, 7단계를 거치는 동안 `여성으로서 세상살이`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딸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려던 저자가 첫 번째로 맞이한 난관은 자전거는 남자애들이 타는 것이라며 배우길 거부하는 딸아이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저자가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준 건 딸에게 `자신다움`을 찾아주기 위한 길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전거를 배우면 아빠가 손을 놓아도 너만의 길을 찾아낼 거라고. 너의 속도대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고.

때론 역사 속에서, 뉴스 속에서,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 속에서 길어 올린 `그릇된 성 역할에 대한 시선`을 쉬운 언어들로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아빠는 자신의 마음 속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편견에 놀라기도 하고, 오히려 딸의 `촌철살인`에 그것을 바로 잡기도 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때문에 이 책은 누군가에겐 부녀의 좌충우돌 `자전거 분투기`로 읽힐 것이고, 누군가에겐 `젠더 교육 첫걸음`으로 읽힐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한국 남자의 성장일기`로 읽힐 것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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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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