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다. 해마다 4월이면 과학기술인의 날을 맞아 훌륭한 업적을 쌓았거나, 과학기술 진흥에 기여를 한 유공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전국 각지에서는 과학축제가 벌어진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전국의 과학관은 풍성한 행사를 선보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창의재단과 함께 대한민국 과학축전을 준비했다.

올해 과학의 달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을 든다면, 지금까지는 대규모 전시장이나 관련 기관 내에서 이뤄지던 과학 행사들이 시민을 찾아 직접 거리로 나왔다는 점이다. 도심 곳곳에서 사이언스 버스킹과 과학 마술이 벌어지고, 다양한 대중 강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봄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청계천 물가를 거닐며 장영실과 갈릴레오와 아인슈타인을 만나고, 신비로운 천체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하신 과학기술 유공자들의 업적을 볼 수 있었다. 청계천을 수놓은 태양계 행성들과 주기율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주기율표 색 등은 화려한 봄밤을 즐기는 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 출연(연)도 과학축제에 적극 참여했다. 4월 첫 주에는 출연(연)의 연구자들이 40여 곳의 대전지역 초등학교를 찾아가 과학강연을 했고, 출연(연)의 연구 성과는 과학축제 기간 중 사람의 통행이 가장 빈번한 서울광장 근처에 알록달록 예쁜 컨테이너를 쌓아 전시를 했다. 특히 중앙의 투명한 버블 광장에 설치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75톤급 액체엔진은 창원으로부터 공수된 실물로, 언론과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재료연구소의 신소재로 만든 활쏘기 체험, KISTI의 가상현실 체험, 한의학연구원의 사상체질 진단 체험, ETRI의 인공지능 초상화 그리기 등 체험 코너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져 출연(연) 연구 성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덕 연구단지의 메인 도로에는 25개 출연(연)의 연구를 소개하는 사이언스 월이 설치돼 상설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사이언스 슬램D 과학강연 경진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출연(연)의 내로라하는 명 강연자들은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의 한복판, 종각의 마이크임팩트에서 대중강연을 했다.

이외에도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했던 핵융합 연구시설을 직접 견학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학부모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대전 본원을 비롯한 전국의 지원에서 `일일과학자`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질자원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화학연구원, 천문연구원 등에서도 각종 강연, 사생대회, 공모전, 과학체험 행사를 개최해 4월 한 달을 과학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지난 1일 대전의 교촌초등학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를 주제로 찾아가는 과학강연에 참여했고,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의 진행을 맡아 출연(연) 어벤저스들의 강연을 소개했다. 강연에 참여한 출연(연) 연구자들을 연구 토픽과 강연 주제에 따라 최고 연장자 캡틴 아메리카, 우주 행성을 탐험하는 토르, 과학계의 여전사 블랙 위도우와 캡틴 마블,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는 그루트 등 영웅의 별칭을 붙여 소개해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은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해 관객이 없을 것을 걱정하였으나, 어린이를 동반한 학부모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큰 보람을 느꼈다.

과학축전에 직접 참여하고, 또 여러 행사를 경험하면서 과학과 국민의 소통이 더욱 직접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출연(연) 연구자로서, 연구자들이 불철주야 노력해 일궈낸 연구의 성과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자라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년에 한 달, 4월 과학의 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시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며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한선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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