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기 쓰기를 정말 싫어했다. 특히 방학이 끝날 때는 밀린 일기 때문에 매번 전쟁이었다. 착실한 친구의 일기를 빌려다가 우선 날짜별로 날씨를 베꼈다. 내용까지 베낄 수는 없어 그날부터 한 달 치 일기 쓰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글쓰기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인가. 며칠 분은 그럭저럭 지어낸다 해도 한꺼번에 한 달 치 일기를 쓰기란 불가능한 것, 결국 절반도 쓰지 못한 채 개발새발 써 내 혼쭐이 나곤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매주 한 번씩 `한밭춘추` 칼럼을 써왔다. 토요일이 마감인데 금요일까지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떠오르는 아침해가 반갑지 않았다. 마감을 넘겨 일요일에 원고를 보낸 적도 있다. 화요일 신문에 글이 실린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바로 다음 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거의 매일 `무엇을 쓸까`로 고민한 두 달은 돌아보니 온전히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칼럼을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세 줄 일기 쓰기를 권한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글쓰기를 넘어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굳이 세 줄 일기를 권하는 이유는 `글은 처음-중간-끝으로 된 완결된 것이어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지침을 따른 것이기도 하거니와, 세 줄로 짧게 쓰는 것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오래 지속 가능할 뿐 아니라, 길게 쓰는 것 못지않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아무 제약 없이 쓰는 `막쓰기`는 자유롭고 풍부한 글을 쓸 수 있어 처음 글 쓰는 사람들에게 참 좋다. 또 칼럼처럼 비교적 짧은 분량에 맞춰 제한된 글을 써 보면 `버리기`를 연습하게 돼 좋다. 가장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경중을 가리고 과감하게 버리는 일은 글의 밀도를 높이고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 세 줄 일기는 이보다 더 짧은 글이니 최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단 세 줄로 자기의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려면 최적의 단어를 선택하기 위한 고심이 필요하고, 가끔 상징과 은유도 동반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세 줄 일기를 계기로 멋진 글과 책을 쓰는 독자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여기, 봄이 익어가고 저기, 여름이 신을 신고 있다.

마기영(수필가, 대전시민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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