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작고작가전 '그림 그리기 좋은 날'

김형식_노을1_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27×39cm (1)
김형식_노을1_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27×39cm (1)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정해진 틀도, 기법도 없다. 단지 그리고 싶어 그렸고, 그리다보니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졌다.

청주를 대표하는 향토작가이자 작고작인 왕철수, 김형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립된 지역성과 미술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결핍, 사회적 소외, 서정적 구상회화의 반복적 그리기의 실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이 내달 26일까지 본관 2층-3층 전시실에서 작고작가 왕철수(1934-2004), 김형식(1926-2016)과 함께 `그림 그리기 좋은 날` 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역미술 정립을 위해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작고작가 2인의 전시로 두 화가의 대표작 300여점과 함께 드로잉, 사진, 영상 등 작가의 다양한 기록과 자료들이 함께 구성돼 작품세계와 가치를 조명한다. 특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유작들이 이번 전시에 공개된다.

청주를 대표하는 향토작가이자 미술교사, 충북의 기록화가로도 유명한 왕철수 화백은 충북의 산하와 소박한 일상을 주제로 평생 현장 사생을 통한 풍경화 작업에 천착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을 누군가는 꼭 기록해야 한다는 고집으로 충북의 명소와 자연을 꾸준히 사생했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류에도 오직 고향의 풍경에 대한 현장 사생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작가는 2004년 작고하기 전까지 "보는 눈, 느끼는 가슴, 그곳에 닿을 수 있는 다리, 떨리지 않는 손으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바람처럼 작업실이 아닌 고향의 산과 들에서 충북의 정서를 풍경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70년대 초기작부터 2004년 마지막 작품까지 150여점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관련 자료가 2층 전시실 전체에 전시된다.

미술관 3층 전시실은 화가 김형식의 작품이 구성된다. 김형식은 미술에 대한 전문교육과정과 미술 단체, 그룹 활동과는 무관하다. 1972년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배재중학교 시절 그림을 배운 기억으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과거의 처절한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개인의 역경을 상징적 서사로 묘사한 초기작과 `고목`, `사랑채`, `채꾼` 등 다시 돌아온 고향에 대한 감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구분된다.

그 외 고향 괴산의 풍경, 가족에 대한 연작과 감옥에서의 절박한 시간을 묘사한 `수인` 연작으로 작품을 구분할 수 있으며 특히 빨치산 경험을 토대로 작업한 `노을` 연작은 격동의 한국현대사 속에 한 개인의 처절한 현실과 이념적 소용돌이의 기록으로 시대적 상황이 묘사된 대표작들이다.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대상들은 상처투성이 과거를 끄집어내어 어루만지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의 작품은 1999년 개인전 개최 이후 세상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2016년 작고하기까지 고독한 무명화가로 고향 괴산에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청주시립미술관계자는 "작고 작가전은 한국미술 속에서 청주미술사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과정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청주미술의 정립과 작가에 대한 연구는 청주시립미술관의 한 축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개인의 주목으로부터 출발한 작고작가전의 지속은 지역미술의 새로운 단층을 보여주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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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철수_벗꽃과 무심천_2000, 캔버스에 유채, 53×72.5cm
왕철수_벗꽃과 무심천_2000, 캔버스에 유채, 53×72.5cm
왕철수_미호천의 풍경_2003, 캔버스에 유채, 36×108cm
왕철수_미호천의 풍경_2003, 캔버스에 유채, 36×108cm
김형식_겨울산3_1992, 캔버스에 유채, 45.5×53cm
김형식_겨울산3_1992, 캔버스에 유채, 45.5×53cm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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