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2000년생이다. 소위 밀레니엄 베이비들이다. 2000년에 태어난 출생아수는 63만 4000명으로 1999년생보다 약 2만 명이 더 출생했다. 그러나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2001년생들은 55만 5000명으로 거의 8만 명이 감소하고, 내후년 입학자원에 해당하는 2002년생들은 49만 2000명이다. 즉,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입학자원은 앞으로 2년 사이에 14만 명 이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들의 입학정원은 4년제 대학이 34만 9000명, 전문대학이 20만 6000명으로 모두 합하면 55만명이 넘었다. 이제 내년부터는 출생한 인구가 모두 대학을 가더라도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경고돼 왔으나 좋은 대비책은 만들어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2010년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를 시작으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지난해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등을 통해 그동안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는 강제적인 학생정원 감축을 요구해 왔다. 이런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감축되는 학생정원은 6만-7만정도로 예상돼 논란이 많은 평가에 비해 충분한 구조조정은 못 이루고, 전문대학의 정원감축률이 4년제 대학의 정원감축률의 약 2배로 예상돼 전문대학만 더 힘들어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대학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충분히 우수한 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의 글로벌화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2000년대 초중반에 크게 향상됐다. 당시 교육과 연구에 예산이 크게 증가되면서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대학랭킹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에 우리나라 대학들의 질적 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 의하면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2013년에 4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49위로 하락했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시스템 질 부분은 2013년 64위에서 2017년 81위로 급락했다. 이는 세계 11위의 국가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순위다. 등록금이 11년째 동결되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장학금 위주로 지원되다보니 대학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재원은 크게 부족한 것이다. 이미 일부 사립대학들은 정원을 모두 채워도 대학을 운영할 예산이 모자란다고 하소연이다. 교수와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는커녕 오히려 임금을 줄여가면서 대학을 운영한다는 얘기도 종종 듣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앞으로 모든 대학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해봐도 불가능하다. 일부 대학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다만 어느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인지, 또는 닫게 할 것인지는 나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모든 대학을 시장경제에만 맡겨 경쟁하게 한다면 대학의 질을 떠나 인구가 편중돼 있는 수도권의 대학은 살고 아무리 좋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더라도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지역대학은 사라질 수 있다. 아울러 대학이 사라지는 그 지역은 어쩌면 회복 불가능한 소멸지역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남 나주에 한전 공과대학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의 세계 최고 공대로 만들겠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우리나라에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새로운 대학을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드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전남에는 우수한 국립대학들이 이미 있다. 적자를 내는 한전과 재정적으로도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대학에 거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보다 적은 예산이라도 지역 국립대학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대학을 우리는 만들 수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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