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셰익스피어 단원들이 지난 8일 열린 대전연극제 시상식에서 대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무대예술상,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연극협회 제공
극단 셰익스피어 단원들이 지난 8일 열린 대전연극제 시상식에서 대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무대예술상,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연극협회 제공
단 두개의 극단만 참가해 `경연대회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대전연극제가 불신으로 막을 내리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전연극협회는 경위서, 성명서가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터로 변했고, 회원들은 편이 갈린 채 각자의 주장만 쏟아내며 갈등이 폭발하는 형국이다.

28일 대전연극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 대전연극제 및 대한민국연극제 대전예선에서 극단 셰익스피어의 `백년의 오해`가 대상을 수상했다. 셰익스피어는 복영환 대전연극협회장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이날 연출상을 비롯한 주요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연극인들의 축제로 끝났어야 할 대전연극제가 대회 참가 극단(홍시, 셰익스피어) 간 3주째 경위서, 답변서, 성명서 등으로 공방을 벌이면서 끝모를 불신으로 얼룩지고 있다.

공방의 쟁점은 크게 2가지다. 규정 해석의 이중성과 협회장이 운영하는 극단의 연극제 경연 참여의 적절성 문제다.

극단 홍시 등 9개 소극장 대표 및 원로연극인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연극제 신청 단계서부터 이중성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과 달리 배우 출연확인서, 출연자 명단 등을 연극제 신청 단계부터 제출토록 해 A극단은 포기, 홍시는 정확하게 이를 준수했다"며 "반면 협회장이 속한 극단은 출연배우를 도중에 교체하고, 코러스를 팸플릿에 명시하지도 않았으며, 서울 이사회에서 논의된 코러스 규정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규정 해석에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과거에는 연극계 상황에 따라 협회장과 극단 대표를 동시에 맡지 않았으며,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수상을 포기하는 등 나름의 원칙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측은 이같은 책임을 지고 5월 1일까지 대전연극제 대상을 자진 반납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집행위와 극단 셰익스피어는 납득할 수 없다며 5월 4일과 7일 중 임시총회를 열어 잘잘못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복영환 회장은 "비대위측에서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동을 규탄한다고 했는데,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라"며 "본인은 정확한 절차와 규정에 의해 연극제에 참여했고, 2차례에 걸친 사실 확인서를 모두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홍시측도 대사 한마디 없는 역할을 코러스라고 인정한 부분이었고, 관례상 다 통용됐었다"며 "협회장의 연극제 경연에 이의가 있다면 처음부터 문제제기가 했어야지 이제서 문제를 삼은것은 흠집내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양측의 비방전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대전시립극단 설립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화합하지 못하고 공방전이 계속될 수록 시립극단 설립 문제는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느 누구에도 득이 되지 않는 소탐대실 격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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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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