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칼럼에서는 우선 현재 존재하는 음악의 종류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고 이어서 음악을 이루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 즉, 선율과 화성 그리고 음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이야기되지 않는 것 들이라 다소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설(?)을 풀어 보았는데 아마 슬슬 지루해지는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본다. 해서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로 음악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실용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이다. 우선 실용음악은 번역이 불가능한 한국인들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영어로 `Applied Music`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작곡된 음악을 악기에 적용한다고 해서 악기 `연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Applied Music을 직역하면 응용된 음악이란 뜻일 텐데 하지만 어찌 보면 어떤 면에선 이 용어만큼 실용음악을 잘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순수음악을 보다 실생활과 여러가지 목적 혹은 대중취향에 맞게 응용하고 적용한다는 취지에서 사실 나쁜 번역도 아닐 듯싶다. 그러나 영미권에서는 `어플라이드 뮤직(Applied Music)`하면 악기 연주를 뜻하는 말이 되는 것이 팩트이긴 하다.

다시 실용음악이 무엇인지로 돌아가보자. 우선 소위 클래식 음악과 대별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클래식 음악 즉 고전음악은 엄밀히 말하면 약 16세기에서19세기말까지의 서유럽 주류음악을 지칭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는 고대부터 19세기 말까지의 서유럽 주류음악 전체를 말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선 고전음악이란 표현보다는 순수음악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데 미술도 순수미술과 응용미술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여하튼 그러한 순수음악은 사실상 역사적으로 특권 계층, 예를 들어 성직자, 왕, 귀족 들을 위한 음악이었고 이들 계층이 그 음악을 지지하고 재정지원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을 거치면 성직자들은 그 이전의 권력을 잃게 되었고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심지어 민중이 왕을 처형하게 이른다. 이윽고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이전에 90퍼센트를 차지하던 농민들이 대거 공장이 있는 도시로 몰리기 시작한다. 달리 말하면 농민들이 공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현대적 개념의 거대도시가 탄생되었다고 해야 할 것인데, 이는 인류 역사상 전에 없던 대도시화였고 또한 현대적 개념의 대중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제는 더 이상 왕이나 귀족이 원하는 음악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인데 이는 이미 100년전에 시작되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20세기 이후 대중 혹은 절대 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분야는 급속도로 위축되고 냉각되고 이와 반대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분야는 빠른 속도로 팽창되었다.

예를 들면 응용과학분야 혹은 소위 엔지니어링 산업은 순수과학의 권위를 제치고 현대 사회 전반에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즉 순수 과학의 응용적 결과물로 태어난 핸드폰, 자동차, TV, 인터넷과 같은 것들이 현대사회를 집어 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1세기는 실제적인(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분야는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실용적인 가치란 아마도 `부(Wealth)`나 `편리(Convenience)`, `재미(Fun)`, `소통(Communication)`, `유용성(Usefulness)`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점에서 실용음악은 음악에 있어서 나타난 21세기 대중사회적 가치추구가 만들어 낸 하나의 결과 물이 아닐까라고 풀어보고 싶은 것이 오늘의 결론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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