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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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충남 서산 대산공단 입주기업들이 미국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처에 당혹해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체들은 미 행정부의 이번 제재가 당장 경영상 어려움으로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들여와 분해한 후 석휴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는 대산공단 한 기업은 최근 이란산이 아닌 카타르,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콘덴세이트를 시험분해하고 있다.

지난해 9-12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됐다가 올 1월부터 일부 수입이 재개됐던 터라 원유 수입의 불안정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이란산 대체재의 이른바 `가성비`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상대적으로 나프타 함량이 높고 가격도 저렴해 우리뿐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이란산을 선호한다"며 "다만 이란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지역 제품의 분해설비 효율이나 문제는 없는지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란산 대신 호주, 러시아, 아프리카, 미국 등 다른 지역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장기화하면 콘덴세이트 가격이 오르고 이는 유가와 나프타가격 상승으로 줄줄이 이어져 원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 원이 넘지만 석유화학기업 특성상 원재료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대비 70%가 넘는다. 중장기적으로 경영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산공단에 있는 다른 석유화학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기업은 아예 나프타 완제품을 들여오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높은 이란산 콘덴세이트로 나프타를 추출하는 과정을 건너뛰는 것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그간 콘덴세이트와 나프타 완제품을 일정 비율로 함께 수입해왔다"며 "우리 설비에 잘 맞고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란산 콘덴세이트 공급이 어려워지는 만큼 나프타의 수입비율을 늘리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산 원유 이슈는 과거부터 흘러온 사안이어서 아직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석유화학사업의 핵심인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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