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뉴스 유통 공룡인 네이버가 언론을 차별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독 가능한 언론사를 서울에 본사를 둔 44개사로 제한하면서 지역 뉴스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깊이 있는 기사를 재빨리 전송해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제휴를 맺은 서울 언론사의 후발 기사를 검색 상단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이같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지역언론 배제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포털 운영사에 대한 성토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포털의 지역언론 배제 규탄 여론은 지난달 7일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가 `포털의 지역언론 죽이기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내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한신협은 이어 지난 3일 `디지털위원회`를 발족, 네이버 등 포털 운영사와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상대로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지역 언론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서울과 중앙에만 눈길을 주는 포털의 독과점식 언론시장 지배는 결국 국가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학력차별과 같이 지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반인권적 차별행위라는 인식 역시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1일 발행한 `신문협회보`를 통해 "포털의 지역뉴스 차별이 홀대를 넘어 지역 언론 죽이기로 치닫고 있다"며 "이는 미디어업계 전체의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일보 등 지역 언론사가 당한 구체적 차별 사례까지 적시한 `신문협회보` 기사는 "포털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진단과 함께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관련법 개정을 겨냥한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4일 신문법 개정 방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포털이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지신노협)는 26일 부산에서 총회를 갖고 구체적 투쟁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총회에 앞서 열리는 워크숍에서는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강연으로 포털의 횡포 실상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장 교수는 "현재 사태는 거대 포털이 장악한 기술을 이윤만 추구하는 시장에만 맡겨뒀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면서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통한 제도적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안 마련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국제신문과 지신노협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에서는 부경대 이상기 교수의 발제에 이어 장호순 교수, 우희창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전대식 지신노협 의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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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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